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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수산시장과 함께 살짝 비켜간 일탈(日脫)을 행복해 하며........

천량성 2009. 11. 26. 20:00

4월의 어느 하루.

 

땅거미가 밀려오는 지금의 시각은 7시.

 

어쩌다 한번 듣는 노량진 수산시장 이라는 이름.

 

모처럼 수산시장으로 시간여행을 떠난다.

 

전철에 몸을 실고 덜컹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차창 밖으로 프리즘 되어 비쳐지는 내 모습은 굳어 버린

 

삶의 군상 처럼 초점 없이 흐르는 강물을 보고있다.

 

얼마나 많이 이 다리를 건너 다녔을까?

 

살기 위해서, 친구를 만나기 위해서, 일을 하기 위해서.......

 

항상 나의 뇌리속에 꼬깃 꼬깃 접혀져 각인 되어진  ""노량진역""

 

특별하게 인연지어진 것도 없지만 나의유년시절과 젊은시절

 

항상 오가며 바라보는 노량진역.

 

새로운 도심 개발에 따라 이제 곧 철거되고 새로운 건축물이 들어설 것이다.

 

젊은 시절 낭만도 함께 철거될것 같다.

 

육교에서 좌판을 벌리고 이것 저것 팔고 있는 나이든 아낙은

 

80년대의 어느 하루와 똑같다, 다만 팔고 있는 물품만 바뀌었을 뿐........

 

비릿한 바다내음,그리고 생선내음......

 

왁자지껄 삶의 목소리, 도미란 놈, 우럭이라는 놈, 광어란 놈,

 

꽃게,멍개,해삼 그리고 수많은 조개들........

 

후~욱 하고 큰숨을 들이쉰다.

 

바다를 가슴에 담기위해......

 

전국 팔도의 이름이 간판에 걸려 형광빛을 내뿜고있다.

 

횟감 사라고 삐끼하는 남정네.

 

부지런히 얼음을 배달하는 아르바이트생.

 

예술의 경지에 오른 사시미의 달인이 한껏 폼을 잡고 회를 뜨고 있다.

 

봐도 봐도 물리지 않는 그 표정 그 동작에 피식하며 웃음이 나온다.

 

자릿세와 양념값이 1인당 2,000원, 공기밥 1,000원, 수제비 1,000원

 

많이 변하지 않은 그 느낌, 그 분위기가 좋다.

 

70여평 되는 식당이 회를 먹는 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너무 시끄러워 대화가 안된다.

 

쓰디 쓴 이스리 한잔 목에 털어넣고

 

간장에 고추냉이 풀어 듬뿍찍은 회를 고추와 마늘을

 

상추와 깻잎에 싸서 볼이 터저라 밀어 넣는다.

 

매운탕에 얹혀진 쑥갓은 씹을수룩 더욱 더 고소해진다.

 

또 이스리 한잔 털어 넣고 바다를 먹는다.

 

한강에서 불어 오는 시원한 강바람이 코잔등을 스치고 지나간다.

 

고개들어 바라본 하늘은 환하고 진실된 마음으로 대해주는 언제나 나의 친구이다.

 

터벅 터벅 걸으며 눈에 비추어 지는 많은 사람들은 언제나 그렇듯이

 

바쁘게 혹은 느리게 또는 삼삼오오 짝을 지어 걸어간다.

 

인생의 대열에서 낙오되지 않는 비법을 내장한체로.....

 

그들의 등딱지에 붙어 있는 삶이란 놈이 나를 보며 한번 웃어주고는 이내 어디론가 사라진다.

 

물론 나의 등딱지에 붙어 있는 삶이란 놈도 그 누군가를 보고 웃어주길 바란다.

 

오늘 하루 술친구가 있어 좋았고,

 

이스리와 수산시장의 풍경이 좋았고,

 

시리도록 싱싱항 삶의 현장이 좋았고,

 

맛있는 회가 있어 좋았던,

 

4월의 어느 하루 칠흑 같이 어두워진 밤이 있어 행복했다.

 

다시는 돌아 오지 않는 4월의 어느 하루 더 바랄것이 없어라.........

 

 

 

                                 수산시장과 함께 살짝 비켜간 일탈을 행복해 하며.........................................

출처 : 4050서울산악회
글쓴이 : 현대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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