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생태탕과 김
아침에 잠깐 는개비가 내렸다.
지금도 하늘은 잿빛이다.
오늘의 점심매뉴는 생태찌게다.
길을 걸어가며
노란은행과 탐스럽게 열린 모과와
빨갛게 익을 감을 만났다.
점심식탁에는 시금치,겉절이,마른김과 간장
그리고 생태찌게.
마른김과 간장은 오랜만에 먹어본다.
그 예날 먹을거리가 부족했을때 마른김
몇장에 간장찍어 꾸역 꾸역 먹던 옛 생각이 난다.
겨울 김장때 배추를 150단은 해야 우리의
대식구가 겨울을 보낼 수 있었다.
그때면 어김없이 큰 들통에 생태를
넣고 대파와 무를 설렁 설렁 썰어넣고
한소금 끊여낸후 김장 도우러 오신 동네
아주머니들과 호호 불며 함께 먹던 기억과
부모님 집이 없어 이사를 1년에 한번, 2년에 한번,
또는 재수 없으면 1년에 2번 이사할때도 있었다.
이사 갈때 되면 나는 친구들을 불러 모으면
예일곱(6-7명)명은 전쟁에 나가는 전사처럼
정확한 새벽시간에 와서 일사분란하게 우리집의
이사를 도맡아 주었다,
이때 빠지지 않는 식사꺼리가 생태탕이었다.
어떤 녀석은 우리 어머니의 생태찌게가 너무
맛있어서 가끔씩 언제 이사 가냐 묻곤했었다.
가끔씩 먹어보는 생태탕 이었지만 오늘의
생태탕은 그 옛날 어머님이 끓여주던 모양과 맛이 비슷하다.
크게 썰어넣은 무와 대파가 그렇고 손이커서
냄비에 철철 넘치게 끓여주는 맛과 모양이
그 옛날을 음미하게 한다.
오늘도 먹고 싶은것 배불리 먹었으니 하루가
행복하고 바람불면 허망없이 떨어지는
은행잎을 보며 세월의 흐름을 느끼니
창밖으로 흐르는 정감이 풀풀 날아 다닌다
--------------- 잿빛 하늘을 보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