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한적한 시골 툇마루에 앉아 상상하는 나의 노년 일기(日記)........
뜰안으로 저녁 노을이 쏟아지듯 들어오고
샛노란 은행나무 위에도 노을이 올라 앉아 있다.
시골집 아궁이에는 타닥 타닥 땔나무의
타는 소리가 들리고 검게 그을린
오래된 굴뚝에서 꾸역 꾸역 파란색 구름을 토해낸다.
추수가 끝난 논에는 탈곡한 벼짚단이
논을 지키며 서로 서로 기댄체 서있다.
논한켠 구석 고인물에 삐꼼히 머리를 내민 미꾸라지도 있고
자기의 임무를 훌륭히 치러낸 허수아비란 놈도
여유롭게 자기의 시간을 즐긴다.
논 앞 개울가 에서는 바위에 부딪치고 나무에
부딪치며 냇물이 조잘 조잘 노래하며 흐른다.
나뭇잎 몇장이 바람의 도움으로 냇물에 손을 씻고 얼굴을 적신다.
나뭇가지의 거미란 놈은 부지런히 이 나무 저나무
이 잎새 저 잎새를 분주히 오가며 그물을 치고있고
일개미 들은 벌써 폐업후 땅속 자기집에 은거하며
맛난 저녁만찬을 하며 하루의 고된 노동을 보상 받고있다.
뒷뜰 감나무에는 까치란 놈이 남은 감 몇게를 지키고 앉아있고
마당에는 암닭이 분주히 오가며 연신 마당을 쪼아대고 있다.
앞산을 넘어 가는 태양이 웅웅 거리며 막 산을 넘고
땅거미가 스멀 스멀 냇가에서 부터 서서히 어두워진다.
씨레기국에 풀어 넣은 된장냄새가 마루를 건너 안방과
토끼장을 지나 멍멍이의 혀를 길게 빼내고 있다.
밥이 뜸들여 지며 힌연기와 거품을 토해내고 있는
가마솥에는 자기의 보물인 구수한 누룽지를 잉태하고 있다.
딱히 고픈배는 아니지만 씨레기국 냄새와 밥이 뜸드는
냄새를 맡으니 시장끼가 내 온몸을 감싼다.
이제는 내 발아래까지 어둠이 찾아왔다.
툇마루에 앉아 아미(蛾眉) 까지 받쳐 들고온 밥상에는
즐거움과 행복이 올라 있고 씨레기국 한수저에 밥 한술 뜨면
허허실실 웃음이 귀에 걸린다.
이제 어둠으로 인해 거미의 그물망은 다이아몬드를
수놓은 보석 보자기가 되었고 일순배 곁들인 곡차는
나로 하여금 신선이 되라 하고있다.
멀리서 냇물의 조잘 조잘 거리는 노래소리와
귀뚜라미의 합창을 들으며 이렇게 툇마루에 앉아
세월을 낚고 있다.
-------------------------- 이제 막 어두워진 시간에 즈음하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