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추적 추적 비내리는 밤 의심 많은 고양이와 함께 느낀 가을의 밤
오후들어 하늘이 잿빛이다.
고개들어 바라본 나뭇잎은
바람에 날려 열심히 속삭인다.
즐거운 모양이다.
시간은 어둠속으로 숨어들어
온천지가 어둠이다.
노천에 앉아 비가림을 하고
소주한잔에 고기한점 먹으며
인생을 논하고 개똥철학을 논하며
그렇게 한순배 두순배 세순배 술잔을 기울인다.
고양이 한마리가 어슬렁 어슬렁 기어와
주차된 차 밑으로 들어가 또아리를 틀고
연신 나를 바라본다.
덩치가 큰 고양이는 배가 볼록하다.
혹시 임신을 한 것인가?
또 술잔이 몇순배 돈다.
또 한놈의 고양이가 느릿 느릿 주차된 차 밑으로 들어간다.
고양이가 두마리다.
조금후 또 한마리의 고양이가 합류해서
이제는 고양이가 세마리다.
비는 주룩 주룩 하염없이 내리고 있다.
쉽게 그칠비는 아니다.
고양이에게 고기 한점을 던져준다.
중국놈 빤스를 입었나 의심이 하늘을 찌른다.
발로 툭툭 차보기도하고 코로 냄새도 맡아보고
혀로 살작 찍어 맛도 보고 그렇게 1-2분가량
고기한덩어리를 검색하고 나서야 먹는다.
고양이는 참 게으른 동물로 내머리속에 각인되어있다.
고양이 세수라는 말이 있듯이.
고기를 던져주면 발에 물기를 묻히지 않으려고
고민하는 시간 1-2분 고기를 검색하는데 1-2분
바보 같은 놈,
니가 배고파서, 임신한것 같아서
선의를 베푸는데 의심하고 의심하는 고양이놈
때문에 조금은 빈정산다.
계속해서 고기를 던져주지만 덩치크고 배가 나온 큰 고양이만 먹는다.
나머지 두마리의 고양이는 고기를 지켜볼뿐 먹지를 않는다.
아마도 엄마고양이가 임신해서 새끼 고양이들이
양보하는 것이나 아니면 보스고양이가 아닌가
내 짧은 머리로 추측해본다.
주룩 주룩 끊임없이 수억 수십억 수천억의 빗방울이 내린다.
또 몇잔의 술을 마신다.
발옆으로 계속해서 내리는 빗방울을 보며 조금이나마 마음을 비우고
불빛에 반짝이며 낙화하는 비를 보며 행복한 웃음을 지었고
고여있는 빗물을 보며 같이 있다는 동지애를 느끼고
또 작은 행복을 느겼다.
의심많은 고양이 가족의 행복과 안위를 빌어본다.
지금은 비가 주룩 주룩 내리고 있다.
그 안에 내가 있고 술이 있고 친구가 있다
그래서 오늘도 잔잔한 수체화같은 하루를 보내고있다.
바라보는 빗속에서......
흐르는 시간과 보여지는 내 모습은 그냥 행복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