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미완의 시간여행
모처럼의 연휴가 찾아왔다.
자, 이제부터 시간여행을 떠나보자.
늦으막하게 일어나는 잠에 대한 시간여행은
게으름이라는 친구를 동반한다.
혼자 산길을 걸으며 모처럼 여유로움에 빠져본다 .
로즈베리꽃,칸나,봉숭아,벌개미취꽃
그리고 잣나무위의 잣을 보고 눈부시게 아름다운
한강의 자태에 빠져 한 동안 망부석이 되어 서 있다.
비탈길을 내려오며 보여지는 이발관,철물점,유리가게,
미장원,복덕방,구멍가게........
70-80년대의 분위기를 느끼기에는 충분하다.
그때 당시의 영등포 신길동은 아이스께끼 장수가 께끼통을
둘러메고 아이스께끼를 팔았고 설탕을 국자에 녹여
뽑기를 만들어 팔았고 추운겨울에는 찹살떡과 메밀묵장수가
늦은 밤의 적막을 깨우며 지나가고 있었고
고철과 헌 고무신을 가져오면 엿을 주었던 엿장수가 있었고
그토록 보고싶어하던 만화영화나 프로레스링은 눈치밥을 먹어가며
이모네집이나 아니면 만화가게의 한 구석에서 입이 찟어지도록
재미있게 보며 정의로운쪽은 분명히 이긴다는 철학을 배우고
다방구나 사방치기는 밤이 깊어가는줄도 모르게 하고 있었고
구슬치기와 딱지치기는 남들보다 잘해서 딱지나 구슬을 따서
팔아 쏠쏠하게 용돈을 마련하여 눈깔사탕이나 뽑기 또는
아이스께끼를 사먹으며 허기진 배를 달래기도했다.
꽁보리밥위에 반죽한 밀가루를 올려놓고 밥을하면 일명 개떡이라는
밀가루떡을 만들어 모자란 양식을 대신해서 먹기도 하고
그나마 그것도 안될때에는 수제비에 김치를 넣고 끓여먹는
수제비는 그럭저럭 먹을수는 있었지만 아침에 먹고 남은
퉁퉁불은 수제비를 점심에 먹을라치면 물과 함께 삼켜야 했다.
내가 다닌 우신초등학교를 지나며 코흘리며 책상에 앉아있는
나를 보고 웃음지었다.
청군 백군으로 나누어 가을 운동회를 하기도 했고 송충이를
잡으러 가까운 산에간 기억도 새록새록 난다.
처음으로 교복을입고 뻣뻣한 카라때문에 목을 자꾸 꿈틀거리며
중학교 입학식 마당에 서서 떨며 교장선생님의 훈시를 듣기도했다.
중학교가 있는 여의도에서 신길동까지 1시간 넘게 걸어다니며
남겨진 회수권은 영락없이 떡복기집 돈통에 반납하며
꿀맛같은 떡복기와 오뎅국물을 먹기에 바빴다.
좁디 좁은 골목길에서의 땅따먹기나 술레잡기는
왜 그렇게 재미가 있었는지,
굴러가는 낙엽만 봐도 웃음이
나오던 때여서 그랬나보다.
나는 가끔 그 길을 걸어본다, 아니면 차를 타고 그 길을 지나온다.
그 옛날 추억을 그리고 ......
흩어진 마음을 추스리기 위해서......
이번 연휴때에도 2번을 갔다왔다.
신길동의 추억과 그 추억을 되새기게 해준 금호동의 비탈길을.......
아주 천천히 걸으며 다시 태어난 가을을 후회없게 살기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