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야간산행.
밤에 산에 간다는것은 한번도 꿈꾸지 못하고 살아왔다.
지금까지 5번의 야간산행을 했다.
그중에 한번은 설악산 무박산행이고 나머지 산행은
약3시간정도 소요되는 산행이라 그런지 별무리가 없어
힘도 훨씬 덜든다.
발등에, 바위에, 나무에
비추어지는 불빛이 나의 갈길을 인도한다 .
나의 양옆 그리고 나의 뒤는 암흑의 향연이다.
한발 한발 걸으며 수십년의 세월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고
떨어지는 땀방울에 인생의 희,노,애,락이 담겨있다.
좀더 열심히 살아야지,좀더 남을위해 도움이 되야지,
좀더 효도해야지, 좀더 이해하고 살아야지,
좀더 돈을 벌어야지,
좀더, 좀더, 좀더,............
마음을 비워야 하는데 오히려 더욱 더 많은것을
갈구하며 오르는 내자신은 욕망과 실리에 똘똘뭉친
전형적인 인간의 군상이다.
언젠가는 비우는 날이 오겠지 하고 바라며
입가에 조소의 웃음만 나온다 .
정상과의 만남은 이루어진것에 대한 만족감으로
또 한번 미소짓는다.
어둠의 프리즘을 통해 들어오는 야경은 힘든 여정에 대한
커다란 보상이며 마음의 안식이다.
별을 헤이고,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야등의 참 맛을 느껴본다.
이 행복한 시간이 지나면 다시 사바세계에 내려가
또 무언가를 갈구하며 좀더, 좀더, 좀더를 외치며
일탈을 꿈꾸는 군상이 되겠지,,,,,,,,,
지금 이 순간 행복할 수 있는 이유는 단 두가지.
내가 지금 어두운 밤에 산에 올라와 어둠과 자연과
함께 한다는것과 내옆에 가을이라는 친구가 있다는것이다.
오늘도 산에 올라 비움의 마음을
0.000000000001%를 비우고 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