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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어 머 님 전 상 서 (前上書)

천량성 2010. 3. 31. 23:33

날씨가 화창한 어느 봄날.

 

꼬마는 어머니의 손을 잡고 어디론가 가고있다.

 

파란색 대문위에 높은 장대를 세우고 맨끝에

 

하얀 천조각을 달아 놓은 일명 무당집에 들어서고 있다.

 

"보살님 어서오세요, 벌써 준비하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오늘 굿은 잘될 것 같습니다."

 

곧이어 괭가리와 북을치며 굿판이 벌어진다.

 

동자신이 씌였는지 무당은 연신 아이흉내를 내며 조상님들과

 

대화하는 듯 하고 때론 울기도 하며 조상신을 불러낸다.

 

어머니와 꼬마에게 조상님께 예를 올리게 하고

 

종이옷을 태우게 하고서는 뒤풀이를 거나하게 동네가 떠나갈 정도로

 

괭가리와 북과 장구를 쳐대며 조상신님을 배웅하며 굿을 마무리한다.

 

꼬마가 보기에 어머니가 연신 중얼거리며 남편이 탈없이 잘되게

 

해달라 하고 일곱남매 무탈하게 잘성장해 달라고 손이 발이 되도록 빌었을 것으로 본다.

 

1년이면 서너번씩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무당을 찾아가

 

사고도  없고 일거리도 많아서 쌀값과 아이들 학비를 늦지 않게 해달라고 어머니는 빌고있다.

 

 

엄동설한인 겨울의 어느 하루.

 

꼬마는 어머니의 따뜻한 손을 잡고 십자가가 걸린 교회 안으로 들어간다.

 

곧이어 찬송가가 불리워지고, 기도를 하고, 목사님의 설교가 이루어진다.

 

다음은  헌금의 차례가 되면 꼬깃 꼬갓한 지폐를 헌금함에 넣으며

 

어머니는 연신 중얼거리며 절박한 심정으로 남편의 무사고와 일거리가 계속이어지기를, 

 

일곱남매가 무탈하게 잘성장하고 사회에 도움이 되는 성인으로 자랄 수 있게 빌었을 것이다.

 

 

꼬마는 어머니의 종교관이 무당이 믿어서도 아니고, 부처님이 믿어서도 아니고,

 

하나님이 믿어서도 물론 아니고 어느 종교든 가족의 안녕과 남편의 무사고와 일거리가 끊어지지 않게

 

해주는 쪽의 종교를 찾아 몇년에 한번씩 종교를 바꾸는 것이었다.

 

어느 종교에 집착했는데 그때 일이 잘되면 그것이 곧 어머니의 종교가 되어버린다.

 

그러다 일이 어려워 지면 또 다른 종교를 찾아서 가족의 안녕을 갈구한다.

 

오랜 세월 어머니는 가족의 안녕을 빌며 80줄에 들어서셨다.

 

많이 힘들었던 칠남매는 이제 자기 위치에서 본연의 자세로 삶을 영위하고 있지만

 

어머니는 지금은 일곱남매와 손자,손녀 그리고 손자, 손녀의 아이들까지 안녕을 위해 두손 모아 빌고있다.

 

이것이 어머니의 본분인가...................

 

아침 저녁 안부 전화와,

 

생활비 보내드리는 것과,

 

지척에 계시지만 가끔씩 찾아뵙는게 전부인 그 꼬마의 마음은

 

뭐라 형언 할 수 없는 애잔한 연민이 눈시울을 뜨겁게 한다.

 

어머니 그저 건강하게 오래 오래 우리 곁에서 자식들의 안녕과

 

손자와 그 손자의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을 보시며 그저 건강하게 오래 오래 사세요.

출처 : 4050서울산악회
글쓴이 : 현대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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