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알 작은 은행나무의 부고를 고하며..........
사무실앞 아파트 화단에서 아침부터
드르륵~ 드르르륵~ 하는 소리가 나서
나가보니 죽은 은행나무 한 구루를 잘라내고 있었다.
때는 작년 10월경 아파트 화단에 7구루의 은행나무에
은행알이 경쟁하듯 달려있다.
그중 한 구루의 은행나무에는 셀수없을 정도의
많은 은행알이 열려있었다.
나는 수시로 그 길을 지나면서 풍요로움을 만끽하고 있었지만
경비 아저씨는 대수롭지 않는듯 "많이 열리면 뭐해요,
씨알이 작아서 별로예요."라며 떨어진 은행알을 버린다.
씨알 작은 은행나무가 북한에 있었다면 귀여움을 독차지 할텐데.......
가을의 끝자락 겨울의 초입에서 나는 마눌님에게 대뜸
"우리 은행 털러갈까" 라고 하자 울마나님 대경실색한다.
그리고는 둘이 협작하여 몇날 몇일을 은행을 털고
그것도 모자라 가까운 지인도 불러서 열심히 은행을 털었다.
은행터는 노하우는 비오고 바람 많이 부는날이 최고다.
떨어진 은행알을 주워 담으면 그만이니까.
그해 털은 은행알을 돈으로 환산해보니 거의 100만원에
다가가고 있었다.
씻고 말리고 해서 주변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고 아직도 1년정도
먹을 만큼의 은행알이 냉동고에 들어있다.
11월이 지나고 12월이 와서 웬만한 은행알은 다 떨어졌지만
유독 씨알 작은 은행나무는 은행알을 자기 가지에
모두 부여 안고 있었다.
1월이 지나고 2,3월이 지나도 마찬가지고
새로운 봄이 왔건만 은행나무는 끝내 푸릇한 은행잎을 다시는
만들어 내지 못하고 영원한 동면에 들어갔다.
역시 버릴 것은 버려야 새로운 새싹과 열매가 열리는 법.
버리고 비우지 못하고 움켜쥐고 있으면 스스로 도퇴되는것 같다.
드르륵~ 드르르륵~ ~ ~
이제는 거의 밑둥까지 잘려 나가 그 자리에 그것이
있었는지도 모르게 되어 버렸다.
약 25년 정도된 은행나무 였는데, 그동안 많이 베풀고
생으로 와서 사로 사라져 버렸다.
그 무었이라도
그 무었만이라도 빌어 주어야겠다.
현명한 사람은 인생이라는 지나가는 다리위에 집을 짓지 않는다고 했다.
나 이제는 다리위에 집을 짓지 않고 가슴속에 집을 지어야겠다.
영혼맑은 우리 해리와 씨알 작은 은행나무와 같이 했던 시간을
가슴 속에 집을 지으며 그렇게 놓아 주련다.
남아있는 여섯구루의 안녕을 빌고 샛파란 하늘과 나뭇잎을 흔들며
지나가는 바람을 더 사랑하며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