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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 해리와의 짧은 인연을 뒤로 하고... 그후 1년... 2년... 그리고

천량성 2010. 12. 28. 14:15

1993년 어느날 해리라는 이쁜 암컷 말티스가

 

 우리집과 인연을 맺게되었다.

 

너무나 이쁘게 생겨서 집안의 귀여움을 독차지 하였다.

 

그 예전에는 애완견을 주시는 분도 많았고

 

얻을 기회가 간혹 있었다.

 

애완견을 얻어서 집에 오면 아파트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이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울 마누라가.........

 

그러면 나는 옆집이나 친구나 친척에 연락하거나

 

아니면 시골에 보내든지 해서 고양이나 애완견이

 

내 손에 없어야 아파트문이 열렸다.

 

나는 애완견이나 고양이를 좋아하고 집사람은 철저하게 싫어했다.

 

그런데 어떤 인연인지 몰라도 우리 해리는

 

우리집에 무혈입성 하였다.

 

집에 들어온지 얼마되지 않아 대,소변을 가리니 얼마나 이쁜지 .........

 

차츰 커가면서 침대위로 뛰어올라 같이 잠도자고 한강시민공원에

 

같이 산책하고 밖에 나갈때는 항상 같이 나가는 것이 일과가 됐다.

 

그러던중 신도시아파트에 당첨되어 이사를 가는데 애완견과 같이는

 

입주가 안된다는 것이었다.

 

할수없이 인연있는 분께 해리를 주고 왔다.

 

눈에 밝히고 발걸음이 떨어지질 않았다.

 

이틀후 해리를 주고온집에서 전화가 왔다.

 

식탁밑에 들어가 나오게 하려면 물어서 손도 못데고 있고

 

이틀동안 물 한모금 마시지 않아 곧 죽게 생겼으니

 

다시 해리를 데려가라는 것이었다.

 

아파트에서 입주를 못하게하면 벌금도 내고 법정 소송도 불사한다는

 

각오로 데려왔다.

 

참으로 어려운 시기였었다.

 

조그마한 유통업을 하다 부도가 나서 전 재산이 날아가고

 

빛만지고 서울의 한 작은 다세대 13평 반지하방으로 이사를 했다.

 

물론 방을 얻은 보증금은 우리돈이 아니었다.

 

집안이 이렇게 되니 집사람이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조그만 커피숖을 지인의 도움으로 오픈하고 그때부터

 

앞이 보이지 않는 미래를 헤쳐 나가느라 우리 부부는 많은 고생을 했다.

 

아침에 나가면 혼자 저녁 늦게까지 집을 지키며 자기의 본분을 다했다.

 

그래도 해리는 우리 곁에서 항상 변함없이 마음의 위안을 주었다.

 

참으로 맑고 깨끗한 영혼을 가진 해리였다.

 

 

 

그리고 또 11년이 흘러 2008년 1월 15일.

 

해리가 별로 좋아 보이지 않는다.

 

애완견을 키우시는 분들은 알겠지만,

 

애완견의 대부분은 묽은변이나,혈변을보면 문제가 커진다.

 

해리도 역시 예외는 아닌가 보다 16년을 살아오는것 자체가

 

본인한테는 한계에 부딪힌거 같다.

 

서울대 병원에 예약하니 대기견이 많아 어렵고

 

근처 병원에서 선생님의 지극정성과 집사람의 사랑으로

 

다시 건강을 찾았지만  그런 주기가 짧아지더니

 

곡기와 물을 끊은지 3일째 되던 오늘 4월 5일 새벽 5시 15분경

 

회환과 고통을 벗어나 맑고 깨끗한 영혼이 되어서 하늘나라로 갔다.

 

화장하고 유골을 수목장을 해 주었다.

 

해리와 함께했던 많은 추억들이 스크린 처럼 지나간다.

 

우리에게는 너무나도 소중했던 시간이고 평생 기억하며 살것이다.

 

가슴으로 울고,마음으로 울고.........

 

다시는 애완견이든 동물이든 키우지 않으련다.

 

이렇게 가슴아프고 힘든 나날을 또 다시 만들지 않으련다.

 

돌아보면 밥달라 서 있는것 같고 현관문을 밀고 들어서면

 

나를 반기려 서 있는것 같다.

 

앞으로 인연을 만들지 말아야 겠다.

 

이제는 천도제도 지내주고 일주일에 한번씩 기리며

 

49재도 해주었다.

 

맑고 깨끗한 영혼 다음 세상에는 멋지고 착한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도록 많이 빌어 주어야겠다.

 

개나리와 진달래가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이 봄

 

우리의 맑고 깨끗한 영혼 해리는 이쁜 꽃과 함께

 

소풍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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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또 시간은 흘러 2009년 4월 5일.

 

해리가 소풍을 떠난지 만1년이 되었다.

 

남들이 보면 미친짓이라 할지 모르지만

 

힌쌀밥과 고기국을 올리고 해리의 제사를 지내주었다.

 

하늘은 맑고 바람은 걸림 없이 흘러간다.

 

나의 마음은 걸림 없이 흐르지 못하고 고뇌와 번뇌에 쌓여있다.

 

언제나 떨쳐버리지 못하고 번뇌와 고뇌를 무슨 보물인양 등짝에 짊어지고

 

하루 하루의 책장을 넘기는 나.

 

다시금 작은 인연을 만들고 싶은 나.

 

나는 역시 미천한 범부 ( 凡夫 ; 번뇌에 얽매여 생사를 초월하지 못하는 사람 ) 인가 보다.

 

작은 나의 마음을 위안 받기 위해 다시금 큰 이별이 한참뒤에

 

도사리고 있는것을 알면서도 자꾸 마음은 새로운 인연을

 

만드는데 공범자가 되어 나의 등줄기를 따라 머릿속 깊이 쳐박힌다.

 

너무 좋아해도 괴롭고 너무 미워해도 괴롭다.

 

인연을 받아드리고 집착을 놓아버리자.

 

사랑과 미움과 고뇌와 번뇌를 다 놓아 버리고

 

""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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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2년 8개월이 지난 지금....................

 

새로운 식구가 들어 왔다.

 

말티스 암컷 2010년 10월 19일생.

 

무던히도 잊을려 했던 해리를 어느덧 기억의 저편으로

 

추억의 한페이지로 넘어갈 즈음 우리부부 사이에 또한마리의

 

반려자가 무혈입성했다.

 

이름은 "별이"

 

 

 

 

 

 

작은 나의 마음을 위안 받기 위해 또다시 강아지를 키우지 않겠다던

 

굳은 다짐도 마눌의 기세에 눌려 다시 키우게 되었다.

 

귀여움 받을려는지 어제 처음 우리집에와서 대.소변을 가리고

 

밝게 돌아다니니 이뻐하지 않을수가 없다.

 

다시 소중한 인연으로 찾아온 별이랑 또 알콩 달콩 살아보련다.

 

 

 

 

출처 : 4050서울산악회
글쓴이 : 현대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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