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철과의 데이트................
차가 꼭 필요하지 않으면 전철을 탄다.
버스는 아예 노선을 모르니 타본적이 거의 없다.
전철을 타면 도착시간까지의 시간을 정확하게 계산할 수 있어 여유로운 마음이 든다
약속시간 보다 조금일찍 출발하면 되니까
전철타는 것이 아주 작은 취미라면 사람들이 웃을까?
목적지가 정해지면 전철역까지 걸으면서 나무도 보고 꽃도 보고 건물도 구경하며 걷는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갈까, 계단을 걸어갈까?
그래 걷는게 운동되니 걸어가자.
승강장에 서서 전철오기만을 기다리는 사람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고,
벽이나 유리에 붙어 있는 시와 글을 읽는 재미 또한 덤이다.
검정우산 파란우산 찟어진우산 같이 옷도 가지 가지,생김새도 가지 가지
와우~ 저남자 멋진데,저여자 이쁘고 쭉쭉빵방한데 오늘 눈이 호강하네,
아~ 저여자는 또는 저남자는 왜 살이 쪘을까?
스트레스가 많은가,남자한테 시련당해 먹는걸로 풀어서 그러나,
여자친구가 없어서 그러나,사는낙이 먹는걸까,먹는데 들어가는 비용도 만만치 않겠는걸.
구두가 몸무게를 버텨내는게 신기하네,왜 짧은치마를 입었을까,
이목구비가 또렸해 살빼면 이쁜얼굴이 되겠는데,
저 아이는 완존 뉴 패션이네,잘어울리네,감각이 있네,
저 아저씨의 눈빛은 무얼 말하려는 걸까,하루의 고단함을 이끌고 집에가면
이쁜 마누라와 토끼같은 새끼들이 반겨주고 따뜻한 된장국에 반주한잔
곁들였음 하는 눈빛인가,아니면 선술집에서 친구와 질펀하게 이바구하며
어느정도 술이 거나해지면 잘못된 세상을 구하는 슈퍼맨이 되고 싶은가,
전철들어오기 3-4분전 부터 슬슬 자리잡기를 위해 잔머리를 굴리는 사람들.
환승을 빨리하기 위해 바닥에 써있는 번호에 집합하기도 하고,
시간 있고 여유로운 사람이나 아주 멀리 갈사람은 맨앞쪽과 맨뒷쪽이 자리가 많고
한가하니 그 곳을 공략하고,전철탄후에는 나름대로의 노하우로
일찍내릴것 같은 사람앞에 서서 자기의 직감을 믿어보기도 한다.
직감이 맞아 자리가 나면 소소한 행복을 느낄것이다, 나는 운이 좋아 하고.......
IT 강국답게 겔럭시와 스마트가 우굴우굴거린다.
손에 손잡고 가 아닌 핸폰잡고 또 머리를 굴린다.
게임하랴,카톡하랴,텔레비젼보랴,공부햐랴,책읽으랴.....
머리를 많이쓰면 좋다는데 하던일 많이들 하시지요.
행상(行商)이 지나가고,파란눈이 지나가고,검은피부가 지나가고,
문은 열리고 닫히고 새로운 관찰대상이 들어오고 생겨난다.
나의 레이더에 걸려 관찰대상이 된 학생들의 대화가 사뭇 진지하다.
군대가야 하는 이야기,공부이야기,유학이야기,결국 스펙쌓기 위해
젊음을 바친다고 해야하나..........맞는 이야기인가?
가끔 한강변을 달리면 인생 유수(流水)와 같다 생각하고,
산(山)이 보이면 막걸리한병 들고 오르고 싶고,
터널에 들어가면 밝은 빛이 그립고,
비가 내리면 종착역 없이 하염없이 마냥 떠나고 싶기도 하다.
언제까지나 전철을 타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내가 원하는 목적지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으니까.
정감이 어려있고 따스한 역 이름표.
전진하고 약진하는 레일.
정직함이 묻어 있는 바퀴.
내가 적신(赤身)이 되어
함지로(咸池 ; 해가진다고 하는 서쪽에 있는 큰 못)
떠나는 날까지 나의 절친 전철과 함께하며
항상 변하는 화두(話頭)를 잡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