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달래 아가씨를 만나러 가는 길.....(불한자가급승단 지한타가고정심.천불생무연지인 지부장무명지초)
친구야,
비오는 우요일(雨曜日) 등산가방 덜렁메고 집을 나왔어.
기차시간이 많이 남아 있어 오랜만에 집앞에 있는 절에 들어갔지.
천불전에 들어가 머리조아려 절을 하는데 손끝에
걸리는 것이 있어서 보니 팥알 하나가 그 넓은 법당에
빼꼼히 당당하게 자리잡고 있었네.
손으로 툭쳐내 구석으로 보내고 절하며 마음을 비울 수 있기를 소원하고
밖으로 나오려는데 팥알이 생각나는거야 그래서
팥알을 찾아 찬찬히 보고 좋은일이 있을것 같은 예감이 들어
소중하게 등산가방 깊숙히 넣고 나왔지.
친구야,
법당안에 왜 팥알이 있었는지 알겠니?
나름 생각하기에 절에서 지장재나 천도재를 많이들 지내는데
죽은사람이나 조상님들이 좋은곳에 가라고
극락왕생하라고 빌어드리는 것인데 재가 거의 끝날 무렵에
재를 올린 처사(남자)나 보살(여자)의 등에 팥알을
뿌리며 악한 기운을 몰아내고 발복(發福)하라고 뿌리고
재가 끝나면 청소하는데 그 팥알 하나가 나하고 인연이
될려고 나한테 나쁜 기운을 몰아내고 발복(發福)하라고
남겨진것 같아 등산 가방에 소중히 깊게 간직했단다.
친구야,
팥하니까,
동지팥죽도 생각난다.
낮이 가장 짧고 밤이 가장 긴 날 팥죽을 쑤어 먹고 소나무가지에
팥죽을 묻혀 문밖에 뿌리며 팥의 붉은색 기운이 악한기운을
쫒아내고 집안의 안녕과 발복을 기원하잖아.
팥은 심장을 튼튼하게 한다는데 너무 많이 먹으면
생목이 올라온다 해서 무가 들어 있는 동치미랑 먹는게
음식궁합에 딱이래,
친구야,
팥이 붉은색이잖아, 연지 곤지도 붉은색,소방차도 붉은색,
붉은악마도 있고,태양도 그렇고..............
붉은색은 열정과 사랑을 뜻하기도 하잖아 사랑을 고백할때 붉은장미를
들고 프로포즈나 사랑의 세레나데를 부르곤 하잖아.
중국에서는 거의 붉은색을 도배하다 싶이 하잖아 행운을 가져다 준다고,
이제 우리도 붉은색이나 밝은색으로 바꿔보자구,
더 젊어지고, 좋은 기운 받고, 복많이 받고, 행운과 행복이 만땅하게.
친구야,
경기도 용문쪽에 있는 산을 가려고 기차를 탔어.
부슬 부슬 비가 흩뿌려지는 차창에는 물방울 그림이
수시로 변하며 마술을 부리고 있어.
산등성이에는 노란색,붉은색,하얀색이 칠해져 있는
물머금은 이쁜 수체화가 여기 저기 지천에 깔려있어.
철길과 길가에 피어있는 조팝나무꽃은 어찌 그리도 흰색이 찬란한지
흰색의 아리따움도 많이 느겼단다.
친구야,
드디오 우중산행(雨中山行)을 하기 시작했어
산행 들머리 부터 계곡물이 흐르며 빗소리와 함께 합창을 하며 나를 반기네.....
푹신한 육산을 오르며 보이기 시작한 진달래는 빗방울을
머금고 다이아가 박힌 최고의 꽃으로 거듭나고 있어.
이 산을 오게된 이유도 진달래능선을 따라 진달래아가씨를 보러온건데
초입부터 크고,작고,높고,낮은 진달래 아가씨가 나를 유혹하네.
능선 넘어 돌고 돌아도 반갑게 맞아 주는 진달래아가씨 볼을 몇번이나
비벼 주었지 내 얼굴로, 물론 제일 후미에 올라가며 아무도 몰래,
진달래아가씨는 처음으로 외간 남자와 얼굴을
부볐으니 꽃잎이 얼마나 붉어졌겠는지 상상해봐.
그 이후로도 한참을 몰래 몰래 여러번 뺨을 부볐지.
그 느낌이 좋아서.............
친구야,
그런데 큰일이 일어났어 후미에서 함께 산행하던 산우님이
바위에서 미끄러져 구르며 계곡으로 떨어지고 있는거야
앞뒤 생각할 겨를이 없이 달려가 붙잡아 드렸지,
산에 서는 한 순간에 큰 사고가 나잖어.
천만다행으로 큰부상 당하지 않았는데 많이 놀라셨는지
가슴이 답답하다는데 심장이 많이 놀랐나봐.
나보고 생명의 은인이라 고맙다 하시는데 나는 그렇게 생각안했어
누구든 그 상황에서는 그렇게 했으리라 생각해
아니면 혹시 전생에 내가 그분한테 큰 은혜를 입어서 이승에서
은혜에 보답한것 아닌가 생각했어.
그리고
곧바로
붉은 팥알하나를 법당에서 주운생각이 나더라
붉은 팥이 액운을 물리치고 행운을 가져준다고 그랬잖아,
아주 작은 팥알이 좋은일을 하게 해준것 같기도 하고,
좋은인연으로 이어주었잖아,
팥알하나에 의미를 부여하고 소중히 간직하고 가져오길 잘했지, 친구야?
친구야,
예전이든, 지금이든, 앞으로든,나의 모자람과 내 잘못은 저만치 두고
남을 탓하고, 남을 의심하고, 남을 핑계대고 살아온 날도 있었지만
이제는 포옹할 수 있고 베려할 수 있었음 좋겠다.
자기 집 두레박 줄이 짧은 것은 탓하지 않고.(不恨自家汲繩短.불한자가급승단)
남의 집 우물 깊은 것만 탓한다.(只恨他家苦井深.지한타가고정심)
라는 말을 가슴에 새기고 살았음 좋겠다. 우리모두.......
친구야,
살면서 좋은 의미를 부여하며 서로 베려하며 살면 즐겁고 행복하겠지.
하늘은 녹 없는 사람을 내리지 않고,(天不生無祿之人.천불생무연지인)
땅은 이름없는 풀을 기르지 않는다.(地不長無名之草 .지부장무명지초)명심보감
풀한포기도 소중한 인연으로 태어난 것 이겠지.
만물의 영장인 사람은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하고 소중한 사람이겠지.
그러니 친구야 더 아끼며 소중한 우정 지구 끝까지 가져 가자.
친구야,
반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