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곰탕 먹으러 가는 길.(남대문.심안모옥온 성정채갱향)
항상 토요일도 근무하는데 특별한 일이 없으면 남대문에
닭곰탕을 먹으러 간다.
압구정동에서 지하철을 타고 충무로에서 4호선으로 갈아타고
남대문시장에서 내려 달곰탕을 먹고,
오던 코스를 되집어 돌아온다.
남들이 보기에는 안먹고 말지,
그렇게 멀리 지하철을 갈아타면서 귀찮지도 않느냐 하는데,
나한테는 이제 하나의 버릇이 되어버린것 같다.
걸어가며 나무도 볼수있고, 하늘도 볼수있고,
지하철이 한강을 건널때에는 그윽한 눈으로 안구를 정화시키기도 한다.
짧은 시간이지만 남대문시장에 있음으로 해서 빠르기도 하고
느리기도 한 각자의 살아가는 단편이 파노라마처럼 투영되어진다
내 망막과 뇌리에............
그곳에 있는 사람들을 보고 어떤때는 놀라기도 하고,감탄하기도 하고,
슬퍼지기도 하고,미소짓기도 한다.
뭔지 모르는 그냥 살아가는 모습이 보여 나도 그 속에 그냥 녹아들어 간다.
"나도 살아 있구나,나도 꿈틀 거리고 건재하구나."하고
잃어버린 감성이 날개짓 하며 살아난다.
아주 건실(健實)한 나무처럼...............
기껏 닭곰탕 먹으러 가며 그렇게 거창하고 심도 있게 개똥철학을
논하는것 같은데 가끔은 이렇게 나를 뒤돌아 보는 계기가 되기에
어떤 마력에 이끌려 토요일은 남대문에 닭곰탕을 먹으러 간다.
다찌그러진 냄비에 닭곰탕이 나오는데 일단 국물을 맛있게 먹는
노하우는 국물에 소금간을 조금만 하고 간장으로 간을 맞추고
고추가루나 후추가루를 식성에 맞게 넣어 먹으면
국물이 아주 시원하고 입에 착착감겨서 기본 2번은 더 달래서 먹게된다.
닭고기는 쪄낸건지 삶아낸건지 모르지만 쫄깃 쫄깃한 고기맛이
목을 넘어가는 순간 또 흡입하게 되는 땡김의 맛이 있다.
닭고기를 간장에 찍어먹기도 하지만 고기한점에 고추장 듬뿍찍은 마늘과
함께 먹으면 매콤하면서 양념닭고기를 먹는것 같은 다양한 맛을 낸다.
닭가슴살 부위를 제외한 고기는 쫄깃하지만 닭가슴살은 조금 퍽퍽한데
이때는 기름기가 쪽빠진 닭껍질과 함께 먹으면 껍질의 쫄깃함과
가슴살의 퍽퍽함이 적당히 타협하며 색다른 식감을 나타낸다.
닭고기를 다먹고난후에는 국물에 밥을 말아먹는데
이때도 밥한술에 고추장 듬뿍찍은 마늘과 함께 먹으면
평상시에 맛보지 못한 매콤함이 확퍼지며 오묘한 맛을낸다.
마늘을 된장에 찍어 먹으라면 그렇게 많이 먹지는 못하는데
고추장을 찍어 먹으니 많이 먹게되고 한번 갈때마다 마늘 2-3통은
먹게 되는데 가끔 워낙 독한 마늘을 먹게되면 청양고추보다 더한
매운고통이 귀를 타고 혀와 입안전체를 초토화 시키며
뜨거운 눈물을 쏟게 한다
이때 뜨거운 국물을 입에 머금고 있으면 매운고통이 빨리 사라지게 된다.
닭곰탕 한그릇과 국물 2그릇과 밥한공기를 다 먹는 다는 것은
먹성 있는 사람으로 인정해도 좋을듯 하고 빵빵한 배를 보면
맹꽁이가 친구하자고 자꾸 덤벼든다.
이제 배터지게 먹었으니 남대문시장에 잠시머무르며 걸어야 한다
잠시 머무르는 것은 시간을 낭비하고 허비 하는 것이 아니라
머물면 보이는 다른 것을 얻는 것이며,
내 영혼을 살찌우고,
내 삶을 즐겁게 해주는 시간이다.
잠시 머무르는 것은................
오늘도 소박(疏薄;꾸밈이나 거짓이 없이 수수함) 하고
배부른 호사(豪奢 ; 호화롭게 사치함)를 했으니
내 삶의 길이에 대해서는 내 스스로 어떻게 할수는 없지만
넓이와 깊이 그리고 맛있는 행복은 나 스스로 만들어갈 것이다.
맑은술 한고뿌에 내 가슴이 파닥 파닥 하늘을 날고 있다.
心安茅屋穩 (심안모옥온)
性定菜羹香 (성정채갱향).명심보감.
마음이 편안하면 오두막집도 안락할 것이요.
타고난 본성이 어질면 나물국도 향기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