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같은 날에는 (회남자)..................
겨울다운 눈이 펑펑 쏟아지니
설국(雪國)의 주인공이 된것 같이
멍한 기다림으로 하루가 가고 있다.
분위기 있게 눈이 오니 이스리 한잔 하자는 사람도 없다.
물론 내가 먼저 연락해서 한잔하자고 할사람은 많은데
요즘 술도 줄이고 늘어난 뱃살을 빼야한다는 강박관념에
갇혀 선뜻 연락을 하지 않고 있다.
그래도 이렇게 눈이 펑펑 쏟아지고 분위기 좋은데 그냥 집에
들어가기가 뭐해서 마눌한테 카톡을 보냈다.
저녁은 어떻게 할거냐고,
저녁준비 할려고 한다하길래 집앞 횟집에서 새꼬시와 매운탕
먹으며 이스리 한고뿌 하자니까, "우리신랑 센스 있고 멋쟁이"라 한다.
언제부터인가 물가가 넘 많이 올랐다.
둘이서 삼겹살에 술한잔 하면 50.000원은 기본으로 나오고
소기기를 먹게되면 100.000원이 훌적 넘어간다.
일주일에 두번 정도는 마눌과 외식을 하는데 딸랑 찌게에
밥한공기 뚝딱 해치우고 나오기에는 아쉬움이 많고,
주량은 약하지만 같이 술마시는걸 좋아하는 마눌과 나는
외식할때는 항상 저녁겸 술안주가 되는 음식을 찾게 된다.
그 덕에 뱃살은 나왔지만 참 잘하는 일이 아닌가 생각한다.
먹는게 남는 거니까.
이스리 한고뿌하고 새꼬시를 와사비 간장에 듬뿍찍어 눈물이 쏙 빠지게
먹고 눈청소도 하고 항상 수고하는 위를 위해 알콜로 깨끗히 소독도 하고,
장윤*의 초혼이나 김수*의 화등 그리고 나의 18번인
이창*의 겨울아침 창가에서를 흥얼 흥얼 거리며 세월을 낚아야 겠다.
蘭生幽谷,不爲莫服而不芳.
난생유곡,불위막복이불방.
난초는 그윽한 골짜기에서 자라되
맡아주는 이가 없다하여 그 향기를 멎지 않으며.
舟在江海,不爲幕乘而不浮.
주재강해,불위막승이불부.
배는 강이나 바다에 있으면서
타지 않는다고 안뜨지 않는다.
君子行義,不爲莫知而止休.
군자행의,불위막지이지휴.
군자가 의로움을 행함에 있어
알아주는 이가 없다하여
이를 그만두지 않는다. (淮南子.說山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