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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회와 감자조림....(부상.함지.찬장.수제비.석유곤로.감자)

천량성 2013. 7. 26. 17:59

비도오고, 습하고,찜통인 요즘.

더우면 왠지 시원한 음식과 밀가루로 음식이 땡긴다.

 

어제는 얼큰하고 시원한 물회를 먹었다.

 

눈물 쏙 빠지게 겨자를 넣고 냄새만으로도 침이 고이게

식초를 듬뿍넣고 스스로 흡족해 한다.

 

물회나 냉면을 먹을때에는 식초와 겨자를

항상 남들보다 2배 이상을 넣어 먹는다.

 

물회를 맛있게 먹고 곰치매운탕에 밥한그릇을

뚝딱 해치우며 맛난 점심과 함께 했는데

반찬으로 나온 감자조림에 눈길을 떼지 못했었다.

 

울컥 그 옛날의 기억들이 등줄기를 타고 뇌리에

박히며 먹먹해짐을 느꼈었다.

 

냉장고가 없던 어린시절 부엌에는 찬장이라는 가구가 있었고,

음식이나 반찬을 넣어둘 수 있는 중요하고 유일한 공간이었다.

 

밖에 두면 파리나 개미 또는 벌레들이 달라붙으니

반찬,음식,조미료통 그리고 그릇까지 찬장에 넣어두고

서랍에는 수저와 젓가락을 넣어둔다.

 

어렸을때 배가 고파 찬장문을 열면 열에 일곱번 정도는

간장냄새를 훅 풍기며 감자조림(알감자)만 덜렁 놓여져 있었고

부뚜막에는 스텐으로 만든 밥통이나 대나무로짠

소쿠리에 꽁보리밥이 있었다.

 

배고픔에 먹기는 하지만 감자의 퍽퍽함때문에

물과 함께 꾸역 꾸역 먹어야 했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강원도에서 나오는 감자를 삶으면

표면이 터지고 보슬 보슬한 것이 나오는데 이것은

1930년경에 일본 북해도에서 들어온 남작이고,

 

생산량의 80%인 수미감자는 쫀득하고 달짝지근한 맛이 나고 

녹말함량이 많아 예전부터 유행하는 포테이토칩과 감자튀김 만드는데 쓰인다.

 

 

비타민  C 가 많은 감자는 춥고 척박한 땅에서도 잘자라고

병충해에 강해 수확량이 많아 강원도에서 많이 재배한다.

 

세계2차대전중 독일이 전쟁을 계속할수 있었던 것도

감자에서 추출한 당분으로 설탕을 만들고,

전분을 추출해 빵으로 만들고,

나머지는 발효시켜 알콜로 만들어 식량과 연료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소주.보드카의 원료로 사용하며 혈당지수가 밥하고 비슷하여

당이 있는 사람이나 다이어트하는 사람은 조심해야할 식품이다.  

 

 

 

 

 

 

그나마 그렇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있으면 다행이었고

아침에 먹었던 수제비가 퉁퉁불어서 찬장에 있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찬장을 열면 수제비의 그 시큼 털털한 냄새가 많이 싫었었다

 

그런 연유로 성인이 되어서는 흰쌀밥만을 고집해 먹었고

보리밥,수제비나 국수등 밀가루로 만든 음식은 절대 먹지 않았었다.

 

지금이야 맛난 칼국수,비빔국수,잔치국수 잘하는 집을 찾아 다니지만.......

 

찬장,연탄,아궁이,석유곤로,빨래판,성냥,백열등,............

참으로 정겨운 단어이고 물건들이다,

이제는 알전구(백열등)는 공식적으로 만들지 않아

퇴출된 물건이 되었다 하니 참 세월은 유수와 같이 빠르게 흐른다.

 

가끔씩 이렇게 옛 물건이나 토속음식을 보면 도돌이표나 쉼표같이

되돌아 가거나 잠시 쉬며 추억의 창고속에서

유희를(遊戱 ; 즐겁게 놀며 장난함) 한다.

 

오늘도 후덥지근한 날씨 때문에 판모밀 3판을

무갈은것,파썰은것,김가루 그리고 와사비(고추냉이)와

물을 흠뻑 넣고 먹었는데 자꾸 떠오르는 감자조림 때문인가 

마음이 허허로와  배는 부르지 않고 헛헛하기만 하다.

 

 

 중천에 떠있는 해를 보며 시 한수를 지어 본다.

 

 제목 ; 부상(扶桑)에서 함지(咸池)까지....... (안우성) 

 

나의 향기가 나무였으면 합니다.

나의 모습이 바위였으면 합니다.

 

부상에서 (扶桑 ; 해가 돋는 동쪽바다를 빗대어 이르는 말.탄생)

함지까지 (咸池 ; 해가 진다고 하는 서쪽에 있는 큰 못.죽음)

 

언제나 변하지 않는 나무의 향기와

바위의 모습이었음 합니다.

 

 

나의 마음이 흐르는 물이였으면 합니다.

나의 몸이 편안한 동산이였으면 합니다.

 

부상에서 (扶桑 ; 해가 돋는 동쪽바다를 빗대어 이르는 말.탄생)

함지까지 (咸池 ; 해가 진다고 하는 서쪽에 있는 큰 못.죽음)

 

자연스럽게 흐르는 물같이 살고

언제든 편안히 찾아갈 수 있는 고향 뒷동산으로 있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