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김소월.윤동주제우스.포세이돈.하데스.데메테르.페르세포네)
가라앉은 마음을 가지고 땅거미가 질 즈음 남산에 올라 갔었다.
하늘은 먹장구름으로 덮이더니 시원한 소나기를 쏟아낸다.
다행히 길옆 정자에서 소나기를 피하며 가로등에 비춰진 나무들
그리고 소나기와 청풍(淸風)을 즐기는 호사(豪奢)를 누렸다.
소나기가 지나간 자리의 모든 생물(生物)은 웃음이 열닷냥이다.
소나기로 정화된 맑은 바람을 맞으며,
그 밤 삶과 죽음에 대한 미련이 아주 조금은
소나기와 함께 떠내려 갔다.
어제 김소월님의 "나는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 라는 시가
떠올라 흥얼거리다가 "만수산을 나서서 옛 날에 갈라선
그 내 님도 오늘 날 뵈올 수 있었으면" 하는 문구에서
김소월의 첫 사랑 오순이가 떠올라 "초혼"이라는 글을 쓰게 되었다.
"가고 오지 못한다" 하는 말은
철 없던 내 귀로 들었노라
만수산(萬壽山)을 나서서
옛 날에 갈라선 그 내 님도
오늘 날 뵈올 수 있었으면
나는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
고락(苦樂)에 겨운 입술로는
같은 말도 조금 더 영리(怜悧)하게
말하게도 지금은 되었건만
오히려 세상 모르고 살았으면
"돌아서면 모심타"고 하는 말이
그 무슨 뜻인 줄을 알았으랴
제석산(啼昔山) 붙은 불은
옛 날에 갈라선 그 내님의
무덤엣 풀이라도 태웠으면.
(김소월.나는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
지금도 나 역시 세상 모르고 살아왔고,
앞으로도 세상을 얼마나 더 알까 생각해 본다.
지금 알고 있는걸 그때도(젊었을때) 알았더라면..............
로또1등번호를 매주 맞춰 세상에서 1등갑부가 될텐데.................................
하는 생각을 가끔씩 하며 즐겁지만
아쉬운 상상의 나래를 펴기도 한다.
세월과 계절을 이 둔한 머리로 아무리 분석하고 타협하고
달래봐도 세월과 계절은 내 앞에서 오리무중(五里霧中)이다.
오리무중인 세월앞에서 그 옛날 그리스 로마신화에서는
겨울 3개월은 일을 하지 않는 달이라 하는데 나도 1년에 3개월을
쉴수만 있다면 참 좋겠는데 그 연유는 이렇다
제우스의 아버지 크로노스와 어머니인 레아 사이에 첫째 하데스,
둘째 포세이돈,세째 제우스가 태어나지만
크로노스는 자신의 아이중 한명에게 죽음을 당한다는 저주를
아버지 우라노스에게 듣고 아이가 태어나면 삼켜버리는데
제우스는 멀리 도망가고 대신 강보에 돌을 싸서 크로노스가 삼키는데
성장해서 돌아온 제우스가 형제들을 토해내게 하고 크로노스가 죽자
세상의 지배권을 나누는데
제우스가 제일좋은 "천상의 지배권"을
포세이돈은 "바다의 지배권"을
하데스는 제일 인기가 없는 지하를 다스리는 "죽음의 신"이 된다.
지하의 신 하데스는 쓸쓸하고 외로워 들판에서 열매를 따는
아름다운 아가씨를 납치해 지하세계로 데려가는데
이 아가씨가 곡물과 대지의 여신인 데메테르의 딸 페르세포네 였다.
딸을 잃은 데메테르는 일을 하지 않고 슬픔에 잠겨있게 되자
대지가 말라가고 세상의 나무와 풀과 곡식이 말라가게 된다.
나중에 하데스가 데려간걸 알고 지하세계로 딸을 찾아 가는데
이를 미리 알게된 하데스는 지하음식을 먹이면
지하세계에 속하는걸 알고 석류를 페르세포네에게 주자
순진한 그녀는 석류 3알을 먹게된다.
데메테르는 다행히 딸을 구했지만 석류 1알당 1개월로 계산하여
1년에 3개월은 지하로 돌아가서 살아야 했다.
그러자 엄마인 데메테르는 그 3달동안 슬픔에 쌓여
일을 하지 않게되는데 그게 바로 겨울이 된것이다.
그래서 봄,여름,가을을 열심히 일하는데 겨울 3개월은
일을 하지 않는다는 재미 있는 신화(神話)이야기다.
내 앞의 오리무중인 세월을 긍정의 마인드로
의미를 부여하고 즐겁게 살아가는 이유는,
(중략) 가슴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윤동주.별 헤는 밤)
有麝自然香 (유사자연향)
何必當風立 (하필당풍립)
사향을 지녔으면 저절로 향기로운데
어찌 반드시 바람이 불어야만 향기가 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