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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떠나 보낸 것도 아닌데......................................................그후로 2년 다산길을 걸으며........................

천량성 2015. 7. 29. 17:29

프롤로그

5월의 아침............

길을 나서며............

 

비를 머금은

신록 (新綠;늦봄이나 초여름에 새로 나온 잎의 연한 초록빛) 의  

내음이 훅하고 달려든다.

길을 걸으면 수증기가 남아 있는 허공을 가르는 감촉이

부드럽고 간질거리는 느낌이 좋다.

 

열차에 앉아 빠르게 지나가는 산과 물과 들판을 보니

점점 더 멀어져 간다.

점점 더 멀어져 간다.

모든 것이 점점 멀어져 가는것 같다.

 

내 꿈도,

내 인생도,

사랑하고픈 날들도,

점점 더 멀어져 가는 느낌이 든다.

 

시간이 흘러도 점점 더 멀어져 간다는

단어가 자꾸 입가에 맴돈다.

 

불현듯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 라는

노래가 떠오른다. 

 

또 하루 멀어져 간다
내 뿜은 담배 연기처럼
작기만한 내 기억속에
무얼 채워 살고 있는지

점점 더 멀어져 간다

머물러 있는 청춘인줄 알았는데
비어가는 내 가슴 속에
더 아무것도 찾을 수 없네

계절은 다시 돌아 오지만
떠나간 내 사랑은 어디에
내가 떠나 보낸 것도 아닌데
내가 떠나 온 것도 아닌데

조금씩 잊혀져 간다
머물러 있는 사랑인 줄 알았는데
또 하루 멀어져 간다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팔당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단어.........

기차길,

흐르는 물,

 

흐르는 물과 기차길을 따라

터벅 터벅 걷는 발걸음을 반갑게 맞아주는 양귀비꽃...........

위로,사치,환상,잠,허영등 여러가지 꽃말을

가지고 있으며 미의 대명사로 불리는

양귀비의 빨간꽃잎이 한들 한들 나풀거린다.

 

 

 

걷다 보며 음미하는 시는 마음을 차분히 가라 앉게 한다.

그중 "봄날 배를 타고 소내로 돌아가며" 라는 시가

음각되어 진다.

 

 

 

 

 

春日舟還苕川 (봄날 배를 타고 소내로 돌아오며)

 

江漢孤舟發   (강한고주발)  한강물 외론 배로 거슬러 가니 

春風錦浪平   (춘풍금낭평)  춘풍에 비단 물결 잔잔하구나

頗能離薄俗   (파능이박속)  가까스로 세속을 떠나고 보니

已足慰浮生   (이족위부생)  덧없는 인생살이 흐뭇하기만

漠漠渼陰樹   (막막미음수)  미음이라 숲나무 아련하고요

娟娟溫祚城   (연연온조성)  온조국 옛 성곽이 곱기도 하다

眇然軀七尺   (묘연구칠척)  칠척 단신 조그만 몸을 가지고

何必有經營   (하필유경영)  세상 경영 그 어찌 할 수 있겠나.

 

미음(渼陰)은 수석동에 있는 마을로서 조선 중엽

안동김씨의 집성촌이었다고 하는데 다른 뜻으로

 

날이 조금 흐릿함,또는 음력 5월의 별칭으로 해석하는

경우가 있는데 "날이흐린 5월의 어느날 숲은 끝이 없이

아련하고 백제의 온조성은 아름답다며

 

다산 정약용님은 광나루,워커힐을 지나 외로운 배를 타고

귀향길을 떠나며 쓴건지 아닌지는 몰라도 나이들어 작아지는 

내 자신의 처지가 곧 그리되지 않을까 생각하니

 

서글프기도 하고,외롭기도 하지만 

생각과 마음을 내려 놓을 수 있는 계기가 되어

"세속을 떠나 덧없는 인생살이 흐뭇하고 위안이 된다면

 더 무었을 바랄것인가 생각해 본다.

 

그때가 되면 어디든 인연있는 곳으로 낙향하여

청경우독 ( 晴耕雨讀 ; 맑은 날에는 밭갈고 비오는 날에는 책을 읽는다.)

하리라.

 

돌고 돌아 길을 가다보면 연꽃 군락지가 나온다.

연꽃은 7-8월경에 피는데 연꽃씨는 수명이 길어

3,000년이 지나도 발아할 수 있다고 한다.

 

연꽃에는 10가지 의미가 있다는데

 

이제염오 (離諸染汚)

연꽃은 진흙탕에서 자라지만 진흙에 물들지 않는다.

주변의 부조리와 환경에 물들지 않고

고고하게 자라서 아름답게 꽃피우는


사람을 연꽃같이 사는 사람이라고 한다.

이런 사람을 연꽃의 이제염오(離諸染汚)의

특성을 닮았다고 한다.



불여악구 (不與惡俱)

연꽃잎 위에는 한 방울의 오물도 머무르지 않는다.

물이 연잎에 닿으면 그대로 굴러 떨어질 뿐이다.


물방울이 지나간 자리에 그어떤 흔적도 남지 않는다.

이와 같아서 악과 거리가 먼 사람,


악이 있는 환경에서도 결코 악에 물들지 않는 사람을

연꽃처럼 사는 사람이라고 한다.

이를 연꽃의 불여악구(不與惡俱)의 특성을 닮았다고 한다.



계향충만 (戒香充滿) 

연꽃이 피면 물 속의 시궁창 냄새는사라지고

향기가 연못에 가득하다.

한 사람의 인간애가 사회를 훈훈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렇게 사는 사람은 연꽃처럼 사는 사람이라고 한다.

고결한 인품은 그윽한 향을 품어서 사회를 정화한다.

한 자락 촛불이 방의 어둠을 가시게 하듯

 

한 송이 연꽃은 진흙탕의 연못을 향기로 채운다.

이런 사람을 연꽃의 계향충만(戒香充滿)의

특성을 닮은 사람이라 한다.



본체청정 (本體淸淨)

연꽃은 어떤 곳에 있어도 푸르고 맑은 줄기와 잎을 유지한다.

바닥에 오물이 즐비해도 그 오물에 뿌리를 내린

연꽃의 줄기와 잎은 청정함을 잃지 않는다.


이와 같아서 항상 청정한 몸과 마음을 간직한 사람을

연꽃처럼 사는 사람이라고 한다.


이런 사람을 연꽃의 본체청정(本體淸淨)의

특성을 닮은 사람이라 한다.

 


면상희이 (面相喜怡)

연꽃의 모양은 둥글고 원만하여 보고 있으면

마음이 절로 온화해지고 즐거워진다.


얼굴이 원만하고 항상 웃음을 머금었으며

말은 부드럽고 인자한 사람은


옆에서 보아도 보는 이의 마음이 화평해진다.

이런 사람을 연꽃처럼 사는 사람이라고 한다.


이런 사람을 연꽃의 면상희이(面相喜怡)의

특성을 닮은 사람이라고 한다.


유연불삽 (柔軟不澁)

연꽃의 줄기는 부드럽고 유연하다.

그래서 좀처럼 바람이나 충격에 부러지지 않는다.


이와 같이 생활이 유연하고 융통성이 있으면서도

자기를 지키고 사는 사람을 연꽃처럼 사는 사람이라고 한다.


이런 사람을 연꽃의 유연불삽(柔軟不澁)의

특성을 닮은 사람이라고 한다.


 

견자개길 (見者皆吉)

연꽃을 꿈에 보면 길하다고 한다.

하물며 연꽃을 보거나 지니고 다니면


좋은 일이 아니 생기겠는가?

많은 사람에게 길한 일을 주고 사는 사람을


연꽃처럼 사는 사람이라고 한다.

이런 사람을 연꽃의 견자개길(見者皆吉)의

특성을 닮은 사람이라고 한다.



개부구족 (開敷具足)

연꽃은 피면 필히 열매를 맺는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꽃피운 만큼의 선행은 꼭 그만큼의 결과를 맺는다.


연꽃 열매처럼 좋은 씨앗을 맺는 사람을

연꽃처럼 사는 사람이라고 한다.


이런 사람을 연꽃의 개부구족(開敷具足)의

특성을 닮은 사람이라 한다.



성숙청정 (成熟淸淨)

연꽃은 만개했을 때의 색깔이 곱기로 유명하다.

활짝핀 연꽃을 보면 마음과 몸이 맑아지고 포근해짐을 느낀다.


사람도 연꽃처럼 활짝 핀 듯한 성숙감을

느낄 수 있는 인품의 소유자가 있다.


이런 분들과 대하면 은연 중에 눈이 열리고 마음이 맑아진다.

이런 사람을 연꽃처럼 사는 사람이라고 한다.


이런 사람을 연꽃의 성숙청정(成熟淸淨)의

특성을 닮은 사람이라 한다



생기유상 (生已有想)

연꽃은 날 때부터 다르다. 넓은 잎에 긴 대,

굳이 꽃이 피어야 연꽃인지를 확인하는 것이 아니다.


연꽃은 싹부터 다른 꽃과 구별된다.

장미와 찔레는 꽃이 피어봐야 구별된다.

백합과 나리도 마찬가지다.


이와 같이 사람 중에 어느 누가 보아도

존경스럽고 기품있는 사람이 있다.


옷을 남루하게 입고 있어도

그의 인격은 남루한 옷을 통해 보여진다.


이런 사람을 연꽃같이 사는 사람이라고 한다.

이런 사람을 연꽃의 생이유상(生已有想)의

특성을 닮은 사람이라고 한다.(좋은 글 중에서)


 

 

 

새소리 바람소리를 들으며 이스리와 막걸리 한사발을 마시고

촉촉한 대지에 앉아  한참을 머무르며 내가 산이 되고,

나무가 되고 물이 되어 본다.

 

점점 더 멀어져 간다는 단어가 또 입가에 맴돈다.

내가 떠나 보낸 것도 아닌데..........

내가 떠나 온 것도 아닌데............

점점 더 멀어져 간다.............

 

오월의 저녁...........

집으로 돌아 오며............

 

집앞 동산에 아카시아숲이 있다.

그로인해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아카시아향에 취하는 호사를 누린다.

아침,저녁 출,퇴근때 아파트를 돌아 서면,

혹은 아파트 문을 열면 훅 하고 떼거지로 녀석들이 온몸을 감싸 안는다.

 

그 향기가 좋아 마냥 서 있으면 남들이 이상하게 볼까봐

전화하는 척,운동하는 척 하며 작은 아카시아동산 앞을 서성인다.

5월의 저녁 집으로 들어 오는길에 떼거지로 덤벼드는 아카시아향에

취한채 잠을 자며 무릉도원에서 유희하리라.

 

사람들 마다 인생을 즐기는 낙(樂)이 여러가지 겠지만

추사(秋史) 김정희는 3가지 인생을 즐기는 낙(樂)을 이렇게 이야기 했다.

     * 일독 (一讀) ; 글을 읽는 것이 첫째 낙이요.

     * 이색 (二色) ; 사랑하는 사람과 운우를 즐기는 것이요.

                 운우지정(雲雨之情) ; 雲雨의 정이라는 뜻으로,

                 남녀의 교정(交情)의 의미.

     * 삼주 (三酒) ; 벗들과 술마시며 세상사를 논하는것.

 

가끔씩 글도 읽고 사랑하는 사람과 운우도 즐기고

벗들과 술마시며 세상돌아가는 이야기 하며

살면 참 잘살은 하루가 될것인데

과연 나의 인생 3낙(樂)은 무었일까..............

 

에필로그

점점 더 멀어져 간다.

점점 더 멀어져 간다.

따사로운 봄날도........

아카시아꽃향도........

흐르는 세월도.............

 

5월의 어느 하루 참 잘살은 날이었다.

 

 

 

 

 

팔당에서 힘찬 물줄기를 따라 걸어가며 몸을 정화시키고,
 
봉쥬르에서 잠시 쉬며 오롯이 연꽃에 취해보고,
 
다산길과 공원에서 풍경에 취해 멍때리는 즐거움을 느끼고, 
 
폐쇠된 능내역 철길옆 교실책상에 앉아 빛바랜 흑백사진을 보며
아련하고 소중한 추억을 더듬어 보고,
 
두물머리에서 도당할머니와(500년쯤된 느티나무)
황포돛단배를 보며 낙조의 아름다움을 온 몸으로 느끼고
 
양수역까지 걸으며 연꽃과의 작별인사를 하는 것까지
안단테로 걷는 길을  해마다 몇번씩 하곤한다.
 
이번 휴일에 다산길 공지가 올라와
반가운 마음에 한 걸음에 달려갔다.
하늘은 먹장구름이 덮여있고 햇님은
어쩌다 한번 빼꼼히 얼굴만 비친다.
 
산에서 흐르는 시원한 물소리와 초록의 향기가
온몸을 신선함으로 일깨운다.
화가가 그리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산수화가
사방천지에 자태를 뽐낸다.
넋놓고 바라볼뿐 말이 없다.
 
구름은 바람이 있어야 흘러가는데
흐르는듯 흘러가지 않고 습도만 내 뿜는다.
다행히 한여름의 땡볕을 걷는것 보다 훨 좋다.
 
온 천지에 칡나무가 어우렁 더우렁 얽히면서
보라색과 붉은색의 꽃을 맘껏 자랑한다.
 
지나는 곳곳이 운무와 이슬비와 함께하는 연꽃이다.
맑게 비추는 햇빛아래서도 좋겠지만 비가 올때 보는 연꽃이 더 좋다.
 

 

 
이렇게 연꽃이 좋으니 다산(茶山) 정약용이 여름 더위를 식히는
여덟가지 방법중에(소서팔사;消署八事) 연꽃 구경하기를 넣었으리라.
 
죽란시사(竹欄詩社) 라는 모임이 있었는데 한해에
7번을 만나 한시도 지으며 즐기는데 그 만나는 날은,
 
살구꽃이 처음필때,
 
복사꽃이 필때,
 
한 여름 참외가 익을때,
 
초가을 서대문 옆 서연지(西蓮池)에서 연꽃이 필때,
 
국화가 필때,
 
겨울에 큰 눈이 내릴때,
 
세모에(歲暮;한 해가 저물어 설을 바로 앞둔 때) 분매(盆梅)가 필때 만난다.
 
              *竹欄詩社 ; 정조때 서울과 인근에 거주하던 초급관리
                              남인계 청년들의 모임.15명.
                              (竹欄;화초를 보호하기 위해 조성한 대나무 울타리)
 
               *초가을 서대문 옆 서연지는 지금의 서대문구 천연동 13번지.
 
 
풍류를 즐기는 옛 선인들은 연꽃이 피면 새벽에 배를 타고
연꽃으로가 귀를 기울이며 연꽃이 꽃잎을 틔울 때 "퍽" 하는
소리를 들으며 풍류를 즐겼는데 꽃이 필때 나는 소리를 세상사람들 중에
누가 들어 보았을까 생각하면 대단한 풍류객이라 의심치 않는다.
 
이를 일컬어 청개화성(聽開花聲) 또는 개화성(開花聲) 이라 한다.
 
그리고 오후나 밤이 되면 연못 정자에 둘러 앉아 연잎주(蓮葉酒)
마시는데 하심주(荷心酒) 또는 상비주(象鼻酒) 라고도 하는데,
 
이 돌림술은 연잎을 줄기가 있게 꺽어 연잎가운데를 살짝 구멍을 내면
줄기로 술이 흘러내려가 그 술을 받아먹는데  그 모양이 코끼리코와 비슷해
상비주 또는콧잔술이라 하기도 한다.
 

 

 

 
 
또 활짝핀 연꽃을 꺽어 가운데에 조그만 금으로된 잔을 놓고
기녀에게 붙잡게 하고 손님에게 권하면 손님은 이것을 받아 연꽃가운데 있는
금잔술을 들어 마시는 금연배(金蓮杯), 해어배(解語盃) 라는 술이 있다.
 
팔당에서 몸을 정화시키고,
봉쥬루에서 연꽃과의 첫 대면을 하고,
다산길과 공원에서 멍때리는 즐거움을 느끼고,
 
운좋게 네잎 클로버도 찾았으니 오늘 참석한 모든이에게
행복과 행운이 있기를 바란다.

 

 
토끼섬 근처에 있는 팔각정에서 다산길을 사랑하는 열사들이 모여
상비주(하심주)를 마실수 있는 호사를 누려 본다.
 
운좋은 놈은 먹을복도 있는가 보다 링고스타대장이 자비로 사온
럭셔리한 비주얼의 마블링과 떡심의 조화가 잘어우러진 그 이름도 찬란한
소고기 등심이 오늘의 메인 안주다.

 

 
 
코끼섬 근처에서 팔각정에서 연꽃밭을 바라보며 서산에 노을을 보며
마시는 상비주 한잔에 소고기등심이 입에서 살살 녹는다.
 
이 맛이 그 옛날 한량(閑良;돈 잘쓰고 잘노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나
풍류인(風流人;풍치가 있고 멋스럽게 노는 일.아담한 정취 또는 취미)
누리던 호사인가................
 
그리고 나는 한동안 아무말도 없었다.....................
나는 은자이면서 부귀하면서 군자가 될수 있을까..............................
 
국화는 꽃가운데 은자(隱者)이고
모란은 꽃가운데 부귀(富貴)한 자이며
연꽃은 꽃가운데 군자(君子)이다.(중략)(周濂溪.愛蓮說)
 
잘 사귀면 바람도 친구가 됩니다
인내와 손을 잡으면 고난도 연인이 됩니다
세월은 멈추는 법이 없어도
당신이 걷지 않으면 길은 가지 않습니다.(중략)
                                        (이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