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젠장..........(백거이.대주)
겨울철인 요즘 잘먹는게 건강챙기는 것이다 생각하고
이것 저것 잘먹는데 배둘레햄이 나와 문제다.
겨울철엔 뭐니 뭐니 해도 굴이 최고인데 무와 굴을 넣고 지은
무.굴밥과 배추에 굴을 올려 지진 굴배추 지짐이와 약술인
천마주를 한잔하니 부러울것이 없더라.
배추의 아삭함과 굴의 바다향이 상큼함을 전해준다.
약술에 고단백 영양식을 했으니 운동도 해야 하는데 게으름에
익숙해진 몸은 쇼파에 파묻혀 체널여행을 하며 포만감만 즐기고 있다.
며칠전 아주 싱싱한 우럭을 사왔으니 매콤하고 시원하게
맑은탕(지리)을 끓일테니 주변 웬수들과 술마시지말고
일찍 들어오라는 어명을 받고 칼퇴근을 했다.
미더덕.미나리.팽이버섯.청양고추와 약간의 소금만 넣고 끓이는데
두꺼운 고기는 쫄깃하고 얇은부분은 입안에서 살살녹는다.
시원하고 매콤한 국물맛은 푸른바다를 훨훨 날아 다닌다.
맛있는 만찬에 한고뿌를 안한다는 건 음식에 대한 배반이다.
콧잔등에 땀이 송글 송글 맺히고 온몸이 등푸른 생선처럼
힘이 파닥파닥 샘솟는 혈색좋은 먹방을 즐기고,
쪽 쪽 소리나게 마시는 이스리 한고뿌는 감로수다.
그렇게 즐겁고 행복한 먹방이 끝나고 요즘 유행하는
파인애플 식초를 만드는걸 도와 주는데 뭔가 목에 걸려
있는 느낌이 영 불편하다.
마눌이 입안을 손전등으로 비춰보고 가시가 걸렸나 찾는데
안보인다고 김에 맨밥을 잔뜩넣고 꿀떡 삼키라는 것이다.
이런 젠장................
가시가 목에 제대로 걸린것 같다.
어떻게 해야하나 허둥지둥,두문불출하다 밤 10시가 되어 응급실에
도착해 가시만 빼면 된다고 편하게 생각하며 주변을 둘러 보니
교통사고나 크게 외상을 당해 온 사람들 보다 머리나 몸속(내과계통)이
안좋아 오는 사람이 많아 응급실 풍경도 예전과는 조금 달라짐을 느낀다.
응급실침대에 걸터 앉아 멍때리며 지켜본 환자들은
갑자기 혈압이 올라 힘들어 하는 할아버지,
감기로 열이 많이 오른 어린아이,
이유없이 머리가 아프다는 젊은 청년,
호흡기 질환으로 힘들어 하는 젊은 아가씨.......
기다림에 지쳐갈때쯤 목과 가슴부분 액스레이를 찍고,
또 기다림에 지쳐갈즈음 이비인후과에 올라가 검사해본 결과
식도쪽에는 안보이니 내시경을 하는길 밖에 없는데 지금은 저녁을 드셔서
내시경을 하면 분명 음식물을 토할것이고 음식물이 기도를 막거나
기도로 들어가면 큰 의료사고가 날 수 있으니 소화가 다되는
내일아침 9시경에 소화기 내과에서 내시경을 받으라고 한다.
침을 삼키면 목이 더 아파지고 있고 그 아픔으로 인해 잠도 못잘텐데
내일까지 이 고통을 참으라 하니 참 황당하기 이를데 없다.
짧은 아이큐로 골똘히 생각해 봐도 의사말이 맞는 말이니
투덜 투덜 거리며 밤 12시가 되어 집으로 돌아왔다.
침을 삼킬때마다 아프니 잠도 못자고 땀만 삐질 삐질 흘리며
솔로몬이 반지에 새긴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말을 되내이며
어둠을 친구삼아 고통을 참아낸다.
옛날 하고도 먼 옛날,
다윗왕이 궁중에 있는 세공사를 불러 반지를 만들게 했는데
그 반지에는 자신이 큰 승리를 거둘때,기쁨이 넘칠때,
그리고 고통과 절망이 있을때 용기를 주고
그것을 조절할 수 있는 글귀를 새기도록 명령했다.
그 명령을 들은 세공사는 많은 고민과 생각을 했지만 도무지
좋은 글귀가 떠오르지 않자 현명한 솔로몬왕자에게 그 뜻을 설명하고
좋은 글귀를 부탁하자 한참을 생각하던 솔로몬왕자는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soon it shall also come to pass)
제대로 잠도 못자고 비몽사몽 상태로 일어나니 목은 부어올라
침을 삼키기도 부담스럽게 아프고 쉰목소리가 난다.
내시경을 하기전에 의료사고에 대한 동의서에 싸인을 하라면서
가시가 식도나 위벽쪽에 박혀 있으면 당연히 빼내는데 천공(구멍)이나서
다른 장기까지 염증이 날 수 있으며 다른 여러가지 치료까지
병행해야하며 비용도 추가 된다며 완죤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간다.
그러나 혹시라도 가시가 없고 상처만 났을 때도 지금과 같은 증상이
있을 수 있으나 그래도 내시경은 꼭 해봐야 하는데 수면내시경이 아닌
맨정신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지금까지 수면내시경만 해왔던 터라 긴장도 되고 부담도 된다.
내시경할때 호흡법을 설명듣고 드디어 시작하는데
구토가 나고, 배에 가스가 차고,트림이 나고,눈물,콧물에 ...........
곧 죽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조금만 참자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를
생각하며 꿋꿋하게 버티며 검사가 끝났다.
그런데....................
아무리 검사해도 가시가 없다고 한다.
나는 생선가시가 박혀서 너무 아프고 힘든데............
가시가 없으니 30분이후에 식사해도 되고 5일정도 지나
문제가 있으면 다시오라는 말과 목을 따뜻하게 하고 가글을 가끔
해주라는 말만 하고 약처방도 없이 가라 한다.
명쾌한 의사의 말을 들으니 목이 금방 나은것 같고
침을 꿀떡삼켜도 별로 안 아픈것 같다.
참으로 마음먹기에 따라 다르다는 걸 실감나게 하는 하루다.
사무실에 돌아와 새해가 되어서 한번도 못본 선배분들과
점심을 하는데 한 선배가 아주 자연스럽게 인원수에 맞추어
소.맥 폭탄주를 제조 하는 것이다.
"선배님 저는 아침에 내시경을 해서 목도 아프고 술을 못마십니다"
"그래!"
"근데 용정이 있거나 위가 빵구가 났데?"
이렇게 물어 보는데 어제 저녁부터 오늘 아침까지의 해괴한 이야기는
쪽팔려 말못하고 "용정이나 별다른건 없다고 합니다"했더니
"아무런 문제 없으니 식도부터 위까지 소독한다 생각하고 마셔"
아~~~
그 말을 들으니 갑자기 우문현답(愚問賢答)이 떠오르며 시원하게
낮술을 즐겼으니 내가 나를 생각해도 참 우문우답(愚問愚答)이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술의 신 박카스가 포도주를 만들때
사자피,양의피,원숭이피,돼지피를 넣어 섞어 만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처음에 술을 마시면,
사자처럼 용감해 지고,
다음은 양처럼 순해지고,
다음은 원숭이처럼 노래하고 춤추며,
마지막에는 돼지처럼 지저분해 진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고산(孤山) 윤선도는 이렇게 이야기 했다.
술도 먹으려니와 덕(德) 없으면 난(難) 하나니
춤도 추려니와 예(禮) 없으면 잡(雜) 되나니
아마도 덕예(德禮)를 익히면 만수무강 하리라.
對 酒(대주;술한잔을 앞에두고.白居易.백거이 )
蝸牛角上爭何事 (와우각상쟁하사)
달팽이 뿔같은 좁은 곳에서 싸워서 무엇하리
石火光中寄此身 (석화광중기차신)
부싯돌 튕기는 불꽃처럼 짧고 짧은 나의 생애라
隨富隨貧且歡樂 (수부수빈차환락)
부자든 가난하든 즐겁게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不開口笑是癡人 (불개구소시치인)
입벌리고 웃을 줄 모르면 그 사람이 어리석은 사람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