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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동길을 걸으며..............................

천량성 2019. 9. 10. 12:12

5월의 어느 하루 헛헛한 마음에  사무실을 땡때이 치고
다녀왔던 성북동길.성북동성당.길상사를 가기위해 길을 나섰다.

또 병이 도졌나 보다.헛헛한 마음의 병이.......
길상사에 가야만 치유되는 병인가 보다.
1년에 몇번씩 이 병이 도지면 꼭 가보곤 한다.

한성대역6번출구를 나와 마을버스를 타야하지만

나는 길상사가는 여러가지 길이 참 좋아 꼭 걸어간다.

길 양옆으로 정겨운 가게와 풍경이 넘 좋다.
그 옛날에도 유명했던 나폴레옹과자점이 보인다.



우측에는 위안부 소녀상이 있다.
손을 꼭잡고 사진을 찍는다.
극락왕생을 발원한다.() () ()


3분의 2정도 걸어온 지점에
성북동 성당이 있다.
성모마리아님과 눈맞춤을 한다.
모든것이 잘되게 해달라고...
언제나 노력하고 배풀며 살겠다고...

언덕길을 올라 이제 길상사에 도착했다.
약 4개월만에 또 찾아왔다.
태풍이 지나가고...

또 그만큼 시간과 공간이 지나가고...
여름이 지나가는 이 자리에 ...




길상사에 와서 딱히 뭘 하는건 없다.

경내를 걷는가 하면,

진영각에 들어가 기도도 하고,

탑돌이를 하며 하늘도 보고,

아무곳이나 털썩 주져앉아 멍때리기도 한다.

지금은 9월 8일 일요일 오후 4시,

오늘이 백로(白露)다.

백로는 흰 이슬이라는 뜻으로 이때쯤이면 밤에 기온이 이슬점 이하로 내려가

풀이나 물체에 이슬이 맺히는 데서 유래한다(25절기중 15번째 절기)

습하고 더웠던 날씨가 오후가 되니

시원한 바람으로 바뀌어 내 몸에 신선함을 불어 넣는다.
덕분에 내몸속 깊이 박혀있는 더위가 훨훨 날아가 버린다

관세음보살님과 함께한다.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관세음보살상이
특이해 이곳에 오면 한참을 바라본다.





그리고 7층탑을 돌기 시작한다.

흙길을 걷는 감촉이 좋고,밟히는 흙소리가 좋다.
이 탑을 쌓은 뜻이 많겠지만 안내문 마지막 글귀가 좋다.

離苦得樂(이고득락)
괴로움은 사라지고 즐거움이 가득하기를...



오늘 탑돌이는...


마음을 내려놓기를...
모두 행복하기를...
모두 건강하기를...
모두 다 잘되기를...

길상화 공덕비도 꼭 들러본다
백석이 쓴
"나와 나타샤와 힌당나귀"

진영각으로 올라간다.
법정스님의 빠삐용의자...

빠삐용의자에 앉아.
휴식하며,
참회하며,
치유하며,
비우고 가라고...

많은사람들이 찾아와 법정스님을 뵙자고 할때 만나지 않고 빠삐용의자에 앉아
휴,
참,
치,
비,
하고 가라고 했다 한다.

나도 잠깐 앉아 본다.
모든것이 치유되기를.......




꽃무릇(상사화)이 이제 잎을 모두 떨어트리고 줄기만 있다.
꽃을 피우기 위해서다.
잎이 다 지고나야 꽃이피는 상사화...




길상사 다라니 다원(茶園)에서 커피한잔을 한다
자연과 동무하며 고소한 악마의 입맞춤인 커피를 마신다.

또 다시 멍때림이 한참을 지난다.
푸른정원에는 소슬바람이 불어와 옷매무시를 여미게 한다.
어둠이 스멀 스멀 찾아와 절간을 점령한다.



이제 이곳을 떠나면 어디로 가야 하나.......

후배 화가(畵家)녀석은 핸드폰을 받지 않는다.

막걸리를 좋아하는 녀석과 빈대떡에 막걸리 한사발하면 좋으련만.......
휴일인 오늘 정처없이 떠돌고 자유로운 영혼이 되어본다.

올때보니 골목길에는
노가리 슈퍼도 있고,
국수집도 있고,
한우 고기집도 있고,

먹을게 천지삐까리로 있는데 뭘먹을까 고민해야겠다.
누구를 불러내 같이 한잔할까 고민도 해봐야겠다.

그래.
결정했어.
광장시장 빈대떡.육회.마약김밥...


순희네 빈대떡집은 기다리는 사람이 많아 패스하고,

박대감내 본점도 역시 패스하고 박대감내 2호점으로 간다.

순희네 빈대떡이 맛이 있는데 메뉴가 많지 않아

나는 꼭 박대감네가서 육회,빈대떡,마약김밥,떢볶이등 여러가지를 먹는다.

한번 먹을때 여러종류를 맛보고 먹는 것이 좋다.



이제는 집으로 가는 전철안...
시원함이 쾌적함을 부른다.
13km정도 걸었다.

잘먹고 잘걷고 얼큰한 취기도 올랐으니 참 잘살은 하루다

한조각 한조각 내 인생의 퍼즐이 맞춰졌다 풀어진다.
훨씬 헐거워진 내 인생의 마음조각들.......
내일은 마음이 더 유해지겠지...

오늘도 바람은 나를 어루만져준다.
내 인생에 건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