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앞에 스케치북이 있다.
멋있는 행복,
맛있는 행복을 그리고 싶다.
멋있는 행복이란 무었일까?
사무실앞 도로변에 쾌 큰 화분이 두개가 있다.
가까운 지인이 몇날 몇일을 수시로 화분을 들여다 본다.
궁금해 물었더니 "더덕씨를 뿌려 놓았는데
이제야 싹이 올라오네요" 하는 것이었다.
나는 놀라움으로 5mm 정도 되는 새싹을 신기하게 보고있다.
이것이 그 몸에 좋다는 더덕인것이 미끼지 않았다.
더군다나 이곳은 압구정동의 아파트 단지내 도로변 화분에서
더덕이 자란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 이 더덕 화분에 케서 가져 가실려면 가져가세요 " 라는 것이었다.
그때부터 며칠간은 호기심과 설레임으로 작은 행복을 느끼며 거사를 치루기로 마음 먹었다.
더덕이 더자라서 2cm 정도가 되었을때 나는 신나게
두개의 조그마한 화분에 더덕을 옮겨심고 ,
처음에 자리를 잡아야 하니 물을 많이 주고 더덕이 자리 잡으면
물은 조금씩 주라는 말과 1년마다 다른 화분으로 옮겨 심어야
좋다는 간단한 설명을 듣고 즐거운 마음으로 집에 가져갔다.
나의 머리속에는 벌써 다 자라 손가락 보다 더 큰 더덕을 상상하고 있었다.
이제는 녀석들을 보는 재미가 솔솔할것 같다.
저녁 12시경 잠을 자기 전에 녀석들을 보니 고개가 창박으로 빛을 따라 숙여져 있었다.
나는 내심 기뻐했다.
녀석들이 벌써 새로운 화분에 적응을 잘한것이었다.
녀석들의 키가 벌써 3cm정도로 커져 있었고 나는 수시로 아침저녁
녀석들의 커가는 모습을 보며 15개의 튼실한 더덕을 맛볼수 있다는 생각에
하루 하루 멋있는 행복에 빠져있다.
내 앞에 스케치북이 있다.
멋있는 행복,
맛있는 행복을 그리고 싶다.
맛있는 행복은 무었일까?
봄을 건너 뛰고 갑자기 한여름의 더위가 찾아왔다.
정오가 되어 갈즈음 이마에 어렴풋이 땀이 베인다.
이럴때 필요한 건 뭐?
시원한 콩국수가 생각난다.
음식점 사장님의 배려로 메인 음식인 콩국수 값만 받고
녹두 빈대떡 한장과 만두를 서비스로 올려 놓는다.
고사리가 들어간 빈대떡은 오랜만에 고전의 맛을 음미하게 하고
두부와 김치와 숙주나물이 들어간 만두는 씹을수록 감칠맛이 나고
얼음이 들어가 시원한 콩국수의 고소함이 입안에 퍼지고
벌컥 벌컥 마시는 콩국수 국물은 넘치는 식욕을 억제할줄 모른다.
포만감에 젖어 흘리는 미소는 맛있는 행복임이 틀림없다.
길을 걸으며 단지내 화단의 나무들을 유심히 들여다 본다.
감나무에는 벌써 콩알만한 감이 열려 있고.
은행나무 역시 콩알만한 은행알이 알음알이 달려있다.
또 이렇게 열심히 일도하고 때로는 유유자적 하며 몇개월이 지나면
감은 파란색에서 주황색으로,
은행알은 파란색에서 노란색으로 변하여 우리에게
시간의 흐름과 계절의 변화를 알려 주겠지.
입가에 저절로 웃음이 번진다.
자연의 경이로움과,
자연과 함께하는 내가 좋아서.............
오늘도 맛있는 행복을 스케치북에 그리며
또 다른 행복을 찾아 떠나는 방랑자가 되고 싶다.
* 더덕과 감과 은행알의 무궁한 성장을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