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시가 막 지날 즈음에 꽃비 내리는 봄의
그림을 그리기 위해 터벅 터벅 산에 올랐다.
올망 졸망 피어 있는 들꽃은 나를 보고 봄이 왔다 손짓하고
진달래는 수줍은 듯 분홍빰을 바람따라 흔들거린다.
연두빛 고운 새싹들이 쑥 쑥 커가는 소리가 들리고
땅에서는 바스락 거리며 올라오는 들풀들과 곤충들의 속삭임이 들린다.
힘들게 오른 우이암 원통사에서 잠시 백팔번뇌를 놓아 버리기 위해
두손 합장하고 눈감아 빌어본다,
나와 모든이의 해탈을 ........
이제는 정상.
바람이 빠르게 스쳐 지나간다.
큰 호흡 한숨쉬고,
사방으로 병풍처럼 보이는 산을 내 망막에 그려 넣고 김삿갓이 되어 다시 길을 나선다.
지금은 진달래가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계곡의 어느 한 자리.
막걸리 한사발에 시름을 털어 버리고 잠시나마 신선이 되어본다.
막걸리 한사발 마시고 진달래꽃 안주삼아 마시는 맛이 천하제일이다.
쌉싸름한 진달래맛이 막걸리를 부른다.
앞뒤 좌우를 둘러봐도 진달래요.
고개들어 쳐다본 하늘은 코발트색에 흰구름 두둥실 떠가니 이곳이 바로 무릉도원이 아닐까.
처절하도록 바라보고 ,
아리도록 맛보고,
솜털 같은 발걸음으로 구름타고 내려온다.
산은 평생 설레이는 나의 연인이다.
자유로운 영혼이 되고 싶을때,
지독한 가슴앓이를 할때,
고뇌의 인생 굴레를 지날때,
언제나 가슴떨리는 나의 평생 연인이고 싶다.
꽃비가 날리는 어느 봄날 진달래꽃 안주와 막걸리와 함께한 행복한 수체화를 그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