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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비 오는 날의 라르고, 안단테, 안단티노........... (아주 느리게, 느리게, 조금느리게......)

천량성 2009. 11. 26. 20:09

그냥 멍하니 하늘과 비를 바라본다.

고인물에 떨어지는 빗방울의 여울을 본다.

뜨끈한 국물이 있는 점심의 만찬을 즐긴다.

그냥 무의미하게 백지에 낙서를 하며 하고 싶은 말을 써본다.

턱을 괴고 무작정 빗소리를 듣는다.

우산을 받쳐들고 낙엽싸인 길을 그냥 걷는다.

창넓은 창가에서 진한 커피향을 맡으며 살며시 눈을 감는다.

유치원에서 쏟아져 나오는 아이들의 재잘거림과 꺄르르 웃음 소리를 들어본다.

덜컹거리는 교외선 열차를 타고 떠나본다.

좀전에 쓴 낙서와 하고 싶은 말을 쓴 백지를 강물에 흘려 보낸다.

나뭇가지에 비가 만든 영롱한 다이아 몬드를 만져본다.

통속적인 트롯을 들어본다.

물 웅덩이를 건너 뛰며 웃어본다.

사브작 사브작 힘을 빼고 걸어본다.

그리운 친구에게 전화한다.

웅얼거리며 빗속을 둘이서란 노래를 불러본다. (이 빗속을 걸어 갈까요, 둘이서 말없이 갈까요,아무도 없는 여기서 저 돌담 끝까지

                                                                사랑스런 너와 내가 손잡고  라라라라 라라 라라라.........  )

쇼 윈도에 비쳐진 내 모습을 반만본다.

따뜻한 붕어빵을 꼬리부터 먹어보고 또 머리부터 먹어보고 어느쪽을 먼저 먹는게 맛있는지 고민에 빠져본다.

삐죽이 고개내민 어느집의 편지통을 살며시 훔쳐본다.

조그마한 구멍가게 입구에서 김이 모락 모락 나는 호빵을 보며 어떤것이 팥이 들었고 어떤것이 고로깨가 들었는지 또 고민에 빠져본다.

차를타고 경춘가도를 달리며 음악을 들어본다.

달콤한 아이스 와인 한잔을 마셔본다.

밤이 깊으면 포장마차 천정에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소주 한모금 마셔본다.

비가 추적 추적 오는 날은

라르고,

안단테,

그리고 안단티노로 살고싶고,

느림의 미학을 느껴보고싶다.

 

               ----------------   비가 오는 날의 수채화를 그리며..............   --------------------

출처 : 4050서울산악회
글쓴이 : 현대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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