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 창문으로 보면 몇구루의 은행나무가 있어서
가끔씩 고개들어 노란 가을의 향연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런데 오늘아침 출근해 보니 마지막 잎새하나도
남기지 않고 다 떨어지고 사무실 앞 보도블록은 은행잎 융단이 깔려있다.
빗자루로 은행잎을 쓸면서 사색에 잠긴다.
""나는 지금 하얀 눈을 쓸고 있다.
밤새 엄청 많은 눈이 하늘의 소식을 땅으로 가져 왔나보다.
이 눈을 치울려면 족히 15분 정도는 걸릴거고
이 많은 하늘의 소식을 다 읽을려면 하루가 모자랄 것 같다.
몇가지만 읽어 보자,
가버린 가을을 추억속의 책갈피에 넣고 웃으며 보내주란 소식,
이제 시작한 겨울과 잘 친해지라는 소식,
겨울밤 가족들과 마주앉아 도란도란 이야기 하며 따뜻한 행복 만들라는 소식,
어떠한 경우도 먹구름이 해를 오랬동안 가리지 않으니 힘들어도 더 열심히 하면 좋은날 온다는 소식,
눈이 많이 와야 다음해에 풍년이 든다는 소식,
비울수록 더 많이 채워진다는 소식,
맛난거 맛잇게 먹으라는 소식,
세상은 살아 갈 만한 가치가 있다는 소식,
가끔씩 해와 달도 한번씩 보며 여유를 가지라는 소식,
아무리 날씨가 추워도 세상은 톱니바퀴 처럼 철그럭 철그럭 돌아간다는 소식,
인생은 죽을때 까지 미완성 이라는 소식,
지금 행복해 하지 않으면 앞으로도 행복하지 않는다는 소식,
추운겨울 나의집 현관문을 열고 들어설때 따뜻한 온기가 내 몸을 감싸 안을때 그 온기만큼이 본인의 행복이라는 소식,
이 추운 겨울이 지나가야 꽃피고 새 우는 따뜻한 봄이 온다는 소식,
어둠이 짙을수록 아침이 가까워 진다는 소식,
이제 나는 눈을 다 치우고 사색에서 깨어난다.""
두껍게 쌓인 은행잎을 전부 쓸어 버리고 이제는 진정으로 가을과 이별하는 마음을 가졌다.
다시 내년에 융단 같이 깔린 은행잎을 쓸어 버릴때는 오늘보다 더 즐겁고 더 행복해야 하겠다.
어둠은 먼발치에서 부터 내려온다.
하루의 피곤함을 덮어주러 온다.
다시한번 앙상한 가지만 남아 있는 은행나무를 보며 편안한 안식을 취하고
다음에 또 멋진 잎과 맛있는 열매로 다시 만나자고 이별을 고한다.
어두워진 밤 홀로 앉아 꿈을 꾸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