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비오는 날의 수체화 (나는 오늘 이스리 한잔 해야겠다)

천량성 2010. 7. 27. 17:10

<<빗방울 떨어지는 그 거리에 서서

    그대 숨소리 살아있는 듯 느껴지면

    깨끗한 붓 하나를 숨기듯 지니고 나와

    거리에 투명하게 색칠을 하지

    음악이 흐르는 그 카페엔 초콜렛색 물감으로

    빗방울 그려진 그 가로등불 아랜 보라색 물감으로

    세상 사람 모두다 도화지 속에 그려진

    풍경처럼 행복하면 좋겠네

    욕심 많은 사람들 얼굴 찌프린 사람들

    마치 그림처럼 행복하면 좋겠어>>

 

새벽녁에 비라는 놈이 불청객이 되어 나의 창을 두드린다.

잠깐 일어나 쏟아지는 비를 확인하고는

이내 깊은 단잠에 빠진다.

비가 오니 부르고 싶은 노래,

꿈속에서 부르고 싶은 노래,

""세상 사람 모두다 도화지 속에 그려진

   풍경처럼 행복하면 좋겠네""

나의 마음은 항상 그러고 싶어서

비오는 날의 수체화를 흥얼 거렸는지는 모른다.

사무실 창밖으로 보이는 거리의 아스팔트는

비를 흠뻑먹고 시원하게 샤워를 즐기고

물웅덩이에는 동그란 원들이 쉴새없이 그려지고

나뭇잎에 걸린 큰 물방울은 10케럿짜리 다이아 몬드가 되어 버렸다.

앞집 총각네 야체가게 에서는 참외라는 놈이

물기를 머금고 도도하게 노란빛을 발하고 있고

은행나무의 새싹들은 흐드러지게 연두색을 자랑하고

보기 힘든 목단은 화려한 꽃을 피우고 꽃술에 씨앗을 잉태하고있다.

간간이 지나가는 아이들의 청량한 웃음소리도 들리고

앞서가는 엄마의 입가에 웃음이 엽전 열닷냥이다.

빗물에 젖어 더욱 빨개진 자동차가 추억을 찾으러 달려가고

그 꽁무니를 빗방울이 감싸 안는다.

먼발치서 스멀 스멀 기어올것 같은 어둠이라는 녀석도 서서히 기지개를 켠다.

어둠과 비가 찾아 왔으니 나의 뇌리에는 상상의 나래를 편다.

연탄집에서 아니면 포장마차에서 질펀하게

퍼질러 앉아 돼지 껍데기 한점에 이스리 한잔 하며

벌겋게 상기된 얼굴로 행복한 잡담과 함께 목젓이 보이게 웃는다.

""세상 사람 모두다 도화지 속에 그려진

   풍경처럼 행복하면 좋겠네""

나의 마음은 항상 그러고 싶어서

비오는 날의 수체화를 확실하게 흥얼거린다.

 

그리고 나는 오늘 이스리 한잔 해야겠다

 

스멀 스멀 찾아 오는 행복이라는 놈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