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막(酒幕)에서 <천상병>
골목에서 골목으로
저기 조그만 주막집
할머니 한 잔 더 주세요.
저녁 어스름은 가난한 시인의 보람인 것을......
흐리멍텅한 눈에 이 세상은 다만
순하디 순하기 마련인가,
할머니 한 잔 더 주세요.
몽롱하다는 것은 장엄하다.
골목 어귀에서 서툰 걸음인 양
밤은 깊어 가는데,
할머니 등 뒤에
고향의 뒷산이 솟고
그 산에는
철도 아닌 한 겨울의 눈이
펑펑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그 산 너머
쓸쓸한 성황당 꼭대기,
그 꼭대기 위에서
함박눈을 맞으며, 아이들이 놀고 있다.
아기들은 매우 즐거운 모양이다.
한없이 즐거운 모양이다.
불현듯 주막에서 라는 시가 왜 떠오르는 것일까?
어제도.......
그제도.......
오늘도.......
한해의 마지막과 함께 하고 있다.
무었이 그리 바쁜지 여유롭게 뒤돌아 보지도 못하고 달려온 지금의 현실이
마음의 위안을 주지 못한체 갈길을 재촉하고 있다.
30촉 백열등 아래 주막에서 청춘을 불사르던 때가 어언 언제인가.........
쉽지 않은 인생 길.............
이제는............
우리도 즐겁고, 한없이 즐거워야 하지 않을까?
어떤일이든 어떤 인생이든 100% 만족은 없는 거니까
이쯤에서 잠시라도 여유롭게 쉬어 가며
잘살아 왔다고 스스로 토닥이며 막걸리 한사발 마시고
신발끈 고쳐메고 또 장거리 여행을 떠나야지.......
현명한 사람은 인생의 다리위에 집을 짓지 않는다는데............
미련을 남기지 않는다는데.............
자~모두 잔들어 마시고 세월을 낚자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