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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사촌누나는 난곡蘭谷(낙골)에 ...............(조조.단행가.......두강주)

천량성 2012. 4. 4. 16:19

 

난곡 산비탈에 있는 판자촌............

서울의 대표적인 무허가 판자촌인 달동네............

공동화장실을 사용하고 수도가 없어서 물을 받아서 마셔야 하는곳.........

 

60년대 말 70년대 초 난곡동 산비탈에 있는 판자촌은 

지방에서 온 사람들, 또는 삶이 팍팍한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따뜻한 연탄불의 온기를 느끼며 힘들지만 나름대로

작은 행복을 느끼며 살고 있는곳................

 

그 판자촌에 사촌누이와  2살,7살된 조카들이 보인다.

매형은 노가다를 하는지 시장에서 허드렛일을 하는지 모르지만 새벽부터

고달픈 삶의 멍에를 쓰고 평탄치 못한 자갈길을 고군분투 하고 있으리라.

이것이 사랑의 힘인 것인가 ..............

 

이유야 어떻든 매형은 첫째아들 3살때 이혼하고 사촌누이와 지방 이곳 저곳을

떠돌며 살다가 이곳 난곡에 정착을 하며 이쁜 둘째 딸을 낳고

가난의 고통을 뒤로하고 작은 행복을 느끼며 누나와 전처아들을 키우고 있다.

팔공주집의 맏딸.............

 

부농(富農)의 집안은 아니지만 양반댁으로 불리며

풍효롭고 여유로운 삶을 살았던 누나........................

 

집안의 엄청난 반대와 회유와 협박에도 굴하지 않고 누나는 전처아들을

데리고 본인의 분신인 이쁜딸을 낳고 열심히 행복하게 살고있다.

 

작은댁인 우리집은 신길동이어서 국민학생인 나는 가끔 버스를 타고

누나집에 놀러가면 나이어린 사촌동생이 왔다고

없는 살림살이에 급히 시장에 다녀와 식사준비를 한다.

 

집에서도 먹어 보지 못하는 갈치를 굵은 소금 살살뿌리고 후라이팬에 기름 살짝 두르고

노릇 노릇하게 튀겨 주었는데 그 맛은 이 세상에서 최고로 맛있는 음식이었다.

 

노릇 노릇하게 튀겨진 갈치등쪽을 한잎 베어물면 아사삭하는 소리는

환상적인 음악이였고 고소하고 짭쪼름한 식감으로 몸서리 치게 만들었다.

워낙 가난해 못먹은 나에게는 최고의 음식이었다.

 

가지런히 잘라나온 오이는 매콤한 고추장에 듬뿍찍어 먹었고,

군둥네나는 김장김치는 시원하고 매콤한 뒷맛이 오래갔었다.

 

밥을먹고난 후에는 조카들과 산비탈을 오르내리며 천지가 우리들 것 인양

깔깔거리며 하루 해가 지는지 몰랐었다. 

 

어스름한 어둠이 밀려오면 이쁜조카들과

다시 만날것을 약속하고 아쉬운 이별을 하면,

내 손을 잡은 누나는 버스정류장까지 마중나와

차비와 10원짜리 지전(紙錢)을 쥐어준다.

 

10원이면 눈깔사탕이 열개인걸 생각하며 많이 많이 즐겁고 행복했었다.

방학때든 공휴일이든 가끔 가는 누나집은 아주 작은집이지만

포근하고 따뜻함이 베어나오는 아주 큰집이었다.

 

그 이후로 시흥동 산비탈 판자집 달동네로 봉천동 달동네로 옮겨가며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보이더니 나름 성공해서 수유리로

이사를 가고 난후에 누나와 나의 행복한 데이트와 행복한 갈치튀김과

10원짜리 지전을 받는 꿀맛같은 행복은 끝을 맺었지만

 

명절때는 한번도 빠지지 않고 매형과 찾아와 작은아버지와 작은어머님께

항상 예의를 지키는 아주 착한 조카딸이었다.

 

지금도 찬찬히 살펴보면 얌전하고 예의를 알고 조신한 천상 여자이다.

이제는 모든 풍파 지나가고 여유로운 가운데

첫째,둘째를 결혼시키고 손자,손녀를 보며 깨알같은 행복을 느끼며 살고 있는

누나는 천상 여자이며 현모양처의 대명사로 나의 가슴에 낙인되어 있다.

 

이제는 내가 누나에게 맛있는 갈치튀김을 대접하고

손자,손녀의 고사리 같은 손에 사랑이라는 지전(紙錢)을 쥐어줘야 겠다.

 

 

조조가 적벽대전 전에 썼다는 단가행을 음미해 본다.

 

 < 短歌行(단가행)---曹操(조조.조맹덕) >

 
 
對酒當歌 人生幾何 (대주당가 인생기하)                                     

술을 마주하고 노래 부른다.  인생살이 얼마더냐?

 

譬如朝露 去日苦多 (비여조로, 거일고다)

아침이슬 같으리니,  지난날의 많은 고통.


慨當以慷 憂思難忘 (개당이강 우사난망) 
슬퍼하며 탄식해도,  근심 잊기 어렵구나.

 

何以解憂 唯有杜康 (하이해우 유유두강)

어떻게 근심을 풀을까?  오직 술뿐일세.

 

 

 

 * 두강 (杜康)                      

 

     중국의 두강(杜康)이라는 사람이 빚던 방식으로 만든 술

     술,양조기술이 뛰어났던 사람.

     술을 달리 이르는 말.

 

 

 * 두강주 (杜康酒)

 

     猛虎一杯中醉 (맹호일배중취) ; 맹호도 한잔이면 산속에서 취하고
     蛟龍兩杯海底眼 (교룡양배해저안) ; 이무기와 용도 두잔이면 바닷속에 잠든다.
     두강주 3잔이면 술에취해 3년만에 깨어난다는 말이 있듯이 돗수가 

     높고 술맛이 뛰어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