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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친구는...(배호.카지노)

천량성 2012. 5. 16. 17:31

 

아내의 절친이 있다.

고등학교에 입학하여 같은반이 되어 친해졌다 한다.

아내는 반장이고 이 친구는 덩치도 크고 힘이 좋아서

지금으로 이야기 하면 일진중에 최고 일진이었단다.

학교선배든 선생님이든 어느 누구도 이 친구를

두려워 하고 절대로 건들지 않았다 한다.

 

그 옛날 학교에서 껄렁대며 노는 아이들과 달리

정의심이 강하고 의리가 있는 친구였다 한다.

약한친구를 보호해 주고 반의 규율도 잡아주고

아내한테는 아주 고맙고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준 친구였다.

 

어느날 1교시 수업이 한참 무르익을 무렵 갑자기

이 친구가 "쾅" 하며 교실문이 부서져라 열고는

"지금 배호(그때당시 유명한 가수)가 죽었는데

무슨 공부고 지랄이고가 어디 있느냐 슬퍼하고

추모해야 한다"고 수업도 못하게 난리를 쳤다고 한다.

물론 선생님도 있었지만 그 친구의 말을 들을 수 밖에 없었서

하루종일 배호를 추모했다고 한다.

 

착하고 정의로운 친구였지만 운동장에서 조회할때나 체육시간만 되면 

한번도 나가지 않고 교실에 남아 친구들의 맛있는 반찬을

먹었고 수업시간에 가끔씩 땡땡이를 치고 매점에서 살다시피 하기도 했다.

키와 덩치가 커서 교련시간 사열때는 맨 앞에 서는 기수를 하기도 하고

학교의 크고 작은 일을 깔끔하게 해결하는 해결사 역활도 했다.

 

이 친구가 결혼을 하고 아이들과 행복한 가정생활을 하는데

또순이 같이 살림도 잘하고 남편봉양도 잘하고

시댁과 친정과 이웃들한테도 잘하며 인기가 짱이었다.

지금까지 30여년이 넘게 지켜봐도 말그대로 현모양처 그 자체다.

 

한번은 친구가 이사 가느라 분주하고 정신이 없는데

신문배달원이 신문값을 받으러 왔단다.

친구는 이사를 가니까 며칠전에 신문값을 주었다고 하고

신문배달원은 안받았다 하고 실랑이가 벌어지게 되었다.

신문값을 냈으면 영수증을 보여달라하는 배달원과 이삿짐 싸느라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는 친구와의 싸움이 더커지고,

진심으로 이야기 하는데 나중에 신문보급소에 알아보면 분명

낸걸 알테니 믿어달라고 했고, 신문배달원은 이사를 가버리면

돈을 못받겠다는 생각에 어떻게든 받으려 싸움은 끝나지 않게 생겼는데

참다 못한 이 친구가 배달원 남자를 끌고 화장실에 데려가

문을 잠그고 한참을 시끄러운 소리가 나더니 배달원이

갑자기 튀어나와 도망을 가는 것이었다.

무슨일이 벌어졌나 보니 배달원 머리털이 화장실 바닥에 엉켜 있었다.

머리를 뜯기고 엄청 맞다가 도망을 간것이다.

팔팔한 남정내가 친구한테 엄청 맞고 줄행랑을 친것이다.

 

이런일도 있었다.

친구 남편이 워낙 착실하고 성실해서 가족밖에 모르고 살았는데

어느날 다른여자를 몇번 만난것을 알게 되었다 한다.

특별한 관계도 특별한 일도 없는건 알겠는데 여자쪽에서

친구남편을 좋아해 자꾸 만나자 하는 모양이었다.

친구가 어떻게 알았는지 남편을 꼬인여자가 어느 강단에서

교육을 받는다는 것을 알고 단단히 창피함을 주려고 찾아갔단다.

500여명이 넘게 모여서 교육을 받는중에 친구가 슬며시 들어가

강단에 서서 여기에 김아무개 아는여자가 누구냐고 당장 일어나서

밖으로 나오라고 하며, 유부남인 내 남편과 만나고 다녀서

손좀 봐주러 왔다고 난리를 쳐서 교육장이 쑥대밭이 되었고

그 길로 여자는 회사를 그만두고 남편한테 연락을 안하더라는 것이었다. 

 

2006년 친구부부는 시부모가 계시는 미국으로 이민을 갔고

그 만의 뚝심과 열정으로 새로운 삶을 잘 개척하며 살고있다.

몇해전 친구부부와 동반하여 미국페키지 여행을 가서 두루 두루 구경하고

그 유명한 라스베가스에서 카지노를 했는데 같이간 부부가

1원짜리 베팅을 했는데 230.000원이 터져 당첨금액 올라가는

삐리릭 삐리릭 소리를 5분여 동안 들으며 당황하기도 하고 행복해하며

그 호텔카지노의 잠깐 동안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었다.

그도 그럴것이 1.000원을 베팅했으면 2억 3천만원이

10.000원을 베팅했으면 23억을 받을 수 있는 전무후무한 잭팟이 터졌으니 말이다.

그 짜릿한 맛에 빠져 여행후 호텔로 들어만 오면 카지노에 들락거려

딴돈보다 많은 돈을 잃었다는 재미있고 소중한 추억을 가끔씩 이야기 하곤한다. 

 

패키지여행이 끝나고 일주일간 그 친구집에 기거하며 명품아울렛으로 휴양지로

해변으로 돌아다니며 맛난음식과 맛난고기로 몸보신하며

밤새 이야기하며 끈끈한 우정을 쌓았고 꿈같은 만남을 가졌었다.

 

미국일정을 마치고 귀국길에 들어선 우리는 아쉬운 작별과

속으로 흐르는 눈물을 삼키고 애써 웃음지으며 작별을 고하고

짐을 부치는데 짐안에 가로 25센치 세로 10센치정도의 직사각형의

폭발물 같은게 있다고 마약탐지견과 경찰이 와서 난리를 치는 것이었다

급히 가방을 열어보니 그 친구가 아주 맛있는

치즈라며 두 부부가방에 알뜰하게 1개씩 넣어 놓은 것이었다.

놀란가슴을 쓸어내리며 오지랖 넓은 그 친구의 따스한 마음을 또 한번 느꼈었다.

 

이제 그 친구가 두아이를 결혼시키고 손자 손녀를 보면서 행복한

가정을 진두지휘하며 알콩 달콩 살고 있다.

딸둘인 그 친구는 처음부터 사위들한테 자기를 어머니라 부르게 하고

그렇게 장모가 아닌 어머니 마음으로 사위를 대한다고 한다.

그 친구부부가 다음주에 한국에 온다니 많이 많이 반갑고 기쁘다.

이쁜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이 아름다운 계절

그들과 함께 맛난 음식과 맛난 이스리도 한잔 해야겠다.

산으로 들로 한강으로 신선한 고향의 내음을 맡으며 웃어주리라........ 

사랑이라는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