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맞은 저달도 숨어버려 어둑한 밤에 비와 바람이 한웅큼
낙옆을 떨구었고 지금도 비가 내리는 날.
비맞은 태양도 숨어버리고 잿빛 구름의 행진으로
하늘은 회색 도화지가 되어 버린 날.
잠께기 싫은 게으름뱅이가 부시시 일어나 믹서기에 비타민 한알,
바나나 한개,우유한컵 넣고 갈아 마신다.
마트에서 파는 바나나향 맛나는 바나나우유는 비교가 안될만큼
맛있고 영양가 높은 나의 아침 보약한첩을 맛나게 마신다.
거실 창밖으로 힐끗 힐끗 창밖하늘을 본다.
회색의 아파트건물 사이사이로 조각난 하늘과
단풍으로 갈아입은 나무와 공허한 아침이 보인다.
모처럼 전철을 타고 한강다리를 건넌다.
잔잔하게 흐르며 수다를 떨고 싶은 물결,
여기 저기 자유롭게 터벅 터벅 걷고 싶은 가로수,
회색의 건물 군상들이 기지개를 켜고 하품을 하며
연기를 뿜어낸다.
가면무도회에 가는 것같은 무표정한 얼굴들
툭 건들면 금방이라도 비수가 튀어 나올것만 같은 냉냉한 얼굴들.
불가리,샤넬향기가 코끝을 간지르고,
겔폰, 아이폰에 갇힌 기계적 군상들.
계단을 오르고 노오란 은행잎과 대조를 이루는초록의 소나무,
갈색의 느티나무잎을 보는 재미를 쏠쏠하게 느끼며
사무실의 한귀퉁이에 둥지를 튼다.
창문사이로 보이는 가을나무와 가을 하늘이 조금씩
내 비위를 맞춰준다.
이제는 점심.
기분전환을 해야한다.
펄펄끓는 물에 굴과 오징어를 데쳐서 초장에 찍어 먹으며
반주 한잔을 동무로 삼고,시원한 국물에 라면과 고추가루,
다진마늘을 넣고 맛있게 먹으며 시원한 국물을
후루룩 후루룩 쉼 없이 마신다.
이쯤되면 벌써 엔돌핀은 발끝에서 머리끝까지 올라와 있다.
이 비 그치고 나면 겨울이 독립하겠지..............
어스름 땅거미가 물드는 저녁이 되면 이스리 한고뿌 해야겠다.
이 가을이 가기전에...................
心不負人(심불부인) 마음에 남을 저버리지 않으면
面無慚色(면무참색) 얼굴에 부끄러운 빛이 없다네.
舊竹生新筍(구죽신생순) 오랜 된 대에서 새 죽순이 나오고
新花長舊枝(신화장구지) 오랜 된 가지에서 새 꽃이 핀다네.
雨催行客路(우최행객로) 비는 가는 나그네 길을 재촉하고
風送片帆歸(풍송편범귀) 바람은 조각배를 보내 돌아오게 하도다.
竹密不妨流水過(죽밀불방유수과) 대나무가 빽빽해도 물 흐름을 방해 않고
山高豈碍白雲飛(산고기애백운비) 산이 아무리 높아도 흰구름 나는 데는 방해가 되지 않는다.
(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