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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내가 본 몇가지(태안 솔향기 길을 걸으며.사무사.유치환 바위.............)

천량성 2013. 6. 7. 16:59

잔 물결치는 논(畓)

모내기를 하는 논도 있고

한뼘 크기로 자란 벼가 잔 물결속에 쑥쑥 크고 있다.

그 속에는 달팽이가 엉금 엉금,

미꾸라지가 쉭~쉭,

개구리가 폴짝 폴짝.

 

 

동백.

천리포수목원에서 동백을 보았다.

다른 분들도 봤는지 모르지만 분명

나는 딱 한송이가 아주 작게 피어 있는걸 보았다.

6월에 동백을 볼수 있는 행운을 얻었다.

꼭 불러보고 싶었던 모란동백 노래를

부르니 눈물이 핑돈다.

땅에 떨어져도 여전히 만개하는 꽃........

 

아카시아꽃.

주렁 주렁 열려 풍효롭고,

속살에 달콤한 꿀을 감춘 하얗고 이쁜

아카시아꽃이 봄이지난 초여름에

다시 나의 봄을 일깨워 준다.

 

바다.

맑고 깨긋한 아주 파란색 바다를 보았다.

서해안 바다물이 이렇게 파랬었나 의문이

갈정도로 파랬었다.

비릿하고 상큼한 바다향이

모퉁이를 돌때나 탁트인 모래뻘에서

와락 덤벼들며 내 꽁무니를

하루 종일 졸졸 따라 다녔다.

길을 걸으며 한동안 바다 보기를 게을리 하면

철썩 철썩 거리며 귀여운 투정으로

내 시선을 빼았아 간다.

 

 

 

 

 

들꽃.

들꽃은 아무데서나 피어나지만

아무렇게나 살아가지 않음을 다시 한번

확인 하며 해풍에 맞서 당당하게

꽃잎 세우며 어느쪽을 가든 반갑게 맞아준다.

많은 꽃들중에 들꽃으로 태어나 더 정겨웁고

애잔한 마음이 드는 소박한 들꽃.

 

소나무.

참 많은 소나무를 보았다.

이렇게 많은 소나무숲 몸서리치게 좋았다.

쭉쭉 뻗어 바다 멀리 수평선을 바라보는 소나무.

꼬불 꼬불 뒤틀려 키 낮은 들꽃과 풀들의

친구가 되어준 소나무.

 

 

 

그리고.......

사회적인 동물이면서도 간혹 혼자 있고 싶은 마음.

혼자는 외로워 사람찾아 방황하는 마음.

세속에 물들어 덕지 덕지 붙어 있는 사리사욕의 마음. 

종잡을 수 없는 마음이라는 놈을 버릴수만

있다면 내 영혼을 마녀에게 줄수도 있다는

생각을 가끔 하게 되는 나................

 

태안의 솔향기 길에,

바다에,

소나무 위에

조금은 내려 놓고 왔다.

사무사(思無邪) 하는 마음을 가지고 정진(精進) 해야겠다

 

사무사 (思無邪 ; 나쁜 생각을 하지 말라,삿된 생각이 없다

                    생각에 거짓이 없다.생각에 사특함이 없다.)

 

내 죽으면 한 개 바위가 되리라.

아예 애린(愛隣)에 물들지 않고

희로(喜怒)에 움직이지 않고

비와 바람에 깍이는 대로

억년(億年) 비정(非情)의 함묵(緘默)에

안으로 안으로만 채찍질 하여

드디어 생명도 망각하고

흐르는 구름

머언 원뢰(遠雷)

꿈 꾸어도 노래하지 않고

두 쪽으로 깨뜨러 져도

소리하지 않는 바위가 되리라.(유치환,바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