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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 장가가는 날...............황순원의 소나기........

천량성 2013. 11. 19. 12:46

 

초 겨울에 여우가 시집가나,

아니면 호랑이가 장가 가나,

살금 살금 눈가루가 날리더니 금방 함박눈이 쏟아진다.

멍때림으로 한동안 눈내림을 구경했다.

 

첫눈이 온것이다..............

 

의미도 많고 사연도 많은 애절한 첫눈의 이야기는 참 많다.

 

예전에 집전화도 거의 없던시절 어찌 어찌 하여

헤어진 여인과 첫눈오는날 종로 보신각에서 만나자는 이야기가 많이 있는데

 

웃지 못할 헤프닝은 남자쪽 동네는 눈이내려 설레는 마음으로 여자를 만나러

나갔지만 여자쪽 동네는 첫눈이 안와 바람맞은 이야기가 제일 재미 있었고,

 

눈이 오긴 했는데 아주 조금밖에 안와 이게 첫눈으로 볼것이냐

아니냐를 두고 서로 다른 판단으로 못만났다는 이야기도 재미있다.

 

맑은날 잠깐 내렸다 그치는 비를 여우비라 한다.

 

햇빛이 쨍쨍한데 갑자기 여우비가 내린다거나,

한쪽동네는 여우비가 잠깐 오는데 다른쪽 동네는 비가 안올때

 

여우가 시집간다, 또는 호랑이가 장가간다고 하는데 이는 고양이과 동물들이

교미할때 시간이 아주 짧아 여우와 호랑이를 비유하기도 하고,

 

호랑이가 신령스러운 동물이어서

교미하는걸 볼수 없게 비가 내린다는 이야기도 있다.

 

여우비가 내리는 원인을 살펴보면

 

태양의 고도가 낮고 비구름의 폭이 아주 좁아 비가 떨어져도

비구름 바로 아래가 아닌 옆에 위치하게 되니 밝은날 비가 내릴 수 있고,

 

눈에 보이지 않는 아주 얇은 비구름에 의해 내리기도 하며,

 

우리 머리 위에는 비구름이 없지만 바람이 강하게 불어 다른 곳에 있는

빗방울이 날아와 여우비를 내리게 하기도 한다.

 

첫눈.......

 

여우비........

 

그리고 소나기........

 

소나기처럼 너무나 짧게 끝난 소년과 소녀의 안타깝고 순수한

사랑이야기가 있는 황순원의 "소나기" 가 애뜻한 그리움으로 밀려온다.

 

서울서 왔다는 윤초시의 손녀딸을 처음만난 소년은

소녀가 징검다리에서 비켜주지 않아 소녀가 비켜줄때까지 기다린다.

 

그때 소녀는 하얀조약돌을 집어 "이 바보야" 하며 소년에게 던지고 달려간다.

소년은 그 조약돌을 찾아 소중하게 간직한다.

 

친하게된 소년과 소녀는 들로 산으로 다니며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소녀가 꽃을 꺾다가 무릎을 다치자 소년은 부끄러움도 잊은체

입으로 무릎을 빨아주고 송진을 발라준다.

 

갑자기 소나기가 내리자 소년은 수숫단안에 공간을 만들어 비를 피한다.

소나기가 그쳐 집으로 가는데 도랑물이 불어 소년은 소녀를 업고서 건넌다.

 

그후 소녀는 보이지 않고 며칠있다 개울가에 나온 소녀는 감기가 걸려

핼쓱해진 모습으로 곧 이사간다는 말과 함께

 

"그 날 도랑건널때 내가 업힌일 있지?

그때 네 등에서 옮은 물이라며 분홍스웨터를 보여 주었다."

 

드디어 이사가는날 동네에 나갔다 오신

아버지에게 소녀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게 되는데

 

"소녀가 죽을때 소년과 추억이 담긴 자기가 입던 옷을 그대로 입혀서

묻어달라는 유언을 남겼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슬퍼하지 마세요 하얀 첫 눈이 온다구요

그때 옛말은 아득하게 지워지고 없겠지요

함박눈이 온다구요 뚜렸했었던 발자욱도

모두 지워져 없잖아요 눈사람 눈덩이도.......

 

아스라히 사라진 기억들 너무도 그리워

옛날 포근한 추억이 고드름 녹이 듯 눈시울 적시네

슬퍼하지 말아요 하얀 첫눈이 온다구요

그리운 사람 올것 같아 문을 열고 내다보네.........

                                                   (첫눈이 온다구요.이정석)

 

 

一枝一葉總關情 (일지일엽총관정)

가지하나 이파리 하나도 모두 사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