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남산야간 워킹을 하는데 둘레길을 돌며 자연의 향기를 맡으면,
포근한 고향같은 느낌이들고 정상으로 올라가 전망을 바라보면,
사방으로 탁트인 경치는 가슴을 후련하게 해준다.
형형색색의 불빛이 저 잘났다고 경연하는 무대인양
신기루 형상 같이 잠시 후면 사라질것 같은
몽환적인 아름다움을 발산한다.
정상의 타워전체에는 빨간불과 파란불이 번갈아 들어오는데
빨간불이 들어 올때는 대기 오염이 있는것이고 파란불이 들어 올때는
대기오염이 없을때 불이 들어온다고 한다.
동대입구역이나 명동역을 초입으로 올라가게 되면
둘레길을 돌다가 남산타워로 올라가는데 이번에는
회현역(남대문시장)으로 시작해 힐탑호텔 앞쪽으로
올라가 분수대와 남산도서관을 돌아 보았다.
회현역으로 올라가다 보면 그 옛날 적산가옥이 눈에 보인다.
(敵産家屋 ; 자기나라나 점령지 안에 있는 적국(敵國) 소유의 집.
1945.8.15.광복 이전까지 한국 내에 있던 일제나
일본인 소유의 집을 광복 후에 이르는 말.
잠깐이나마 적산가옥을 구경하며 그때를 상상해 본다.
적산가옥 하면 항상 떠오르는 것은 다다미 방과
일본 전통의상인 기모노나 유카타를 입은 동그란 검은테 안경을 끼고
앞니가 튀어나온 일본인 모습이 생각난다.
그 길에는 게스트하우스도 있고 남대문시장에 옷을 만들어
납품하는 공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스팀다리미의 하얀 김이
늦은 밤까지 고달픈 하루를 대변하고 있다.
남산 분수대나 식물원에서 사진찍기는 서울사람이든 지방사람이든
빼놓지 않고 인증샷을 찍는 명물이 되었고,
흑백사진을 지갑에 넣고 다니며 남산에 다녀온걸 자랑하기도 했었다.
케이블카는 비싸서 탈 엄두도 못내 땀을 뻘뻘흘리며 걸어 올라 갔었고,
케이블카가 보이게 사진을 찍어 마치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온양
폼을 재며 사진을 찍기도 했었다.
밖에서 일하는 관계로 햇빛에 까맣게 그을린 사진사 아저씨의
호객행위가 정겹게 회상되어 진다.
이제는 남산도서관을 한바퀴돌며 그 옛날 추억에 빠져 본다.
학교가 끝나기 무섭게 달려간 남산도서관은 공부보다는
도시락과 군것질 하는 먹는 즐거움과 여학생을 사귀기 위한 장소였지만
숫기가 없어 여학생에게 말한번 걸어보지 못하고 마음만
콩닥콩닥하다가 다음을 기약했었다.
그랬던 곳이 정독도서관일때도 있었고
사직공원 근처에 있는 종로도서관일때도 있었다.
교복을 입었던 그때 여학생의 단발머리나 양쪽으로 묶은 머리나
윗옷의 하얀 카라는 나에게 순결함이었고 날개 없는 천사로 다가왔었다.
그런 여학생들과 대화할 수 있었던건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였었다.
남산은 중구와 용산구에 접해있으며
면적은 2,898,351 m2 (약 876,751평)이다.
원래 남산은 인경산(引慶山) 또는 목멱산(木覓山) 이라 불렸었는데
1394년 태조 이성계가 풍수지리설에 의해 서울로 도읍을 옮긴후
북악산 기슭에 궁궐을 세우고 남쪽에 산이 있어 남산이라했다.
이후 1935년(태조4년)부터 남산에서 목멱대왕(木覓大王)을 모시고
산신.기우제를 지내고 1937년 국사당을 건립하여 봄과 가을에
제사를 지냈고 통신제도(通信制度)에 중요한 구실을 한
봉수대가 정상 팔각정 부근에 남아 있다.
남산에는 한옥마을과 정상에 두개의 타임캡슐이 묻혀 있는데,
한옥마을 타임캡슐은 1994년 의,식,주에 필요한 시민의 삶 501점
시민의 사상99점등 600품목을 선정 타임갭슐에 담아
지하 15m에 매장하여 400년후인 2394년에 개봉할 예정이다.
(수표,약속어음,가계부,증권깡통계좌에 대한 설명서,나무씨앗,
기저귀,복권,북한삐라.보신탕,김치,정력팬티,속옷,담배,뱀탕,
삼계탕,아파트청약 공고문,결혼청첩장,수의.한복,육.해.군 복장등)
남산정상의 타임캡슐은 1985년 중앙일보에서 제작하여
매장하였고 500년후인 2485년 개봉할 예정이다.
동,서,남,북으로 잘 정돈되어 시민의 공원으로 거듭난
남산이 지척에 있어 참 좋다.
용산미군기지가 빨리 이전해서 강남권 동작동과
동작대교를 거쳐 용산 미국기지와 남산을 한 축으로 연결하는
계획이 실현되면 자전거와 보행자가 차없는 보행길에서 포근하고
상쾌한 발걸음이 되기를 기원한다.
비가 오고난후 상쾌해고 깨끗해진 남산길을 걸으며
빛 바랜추억을 음미하는 맛이 풋풋하다.
풋풋한 마음으로 내려와 치킨과 모래집이
맛있는 점방에서 시원하고 고소한 치맥 삼매경에 빠져 본다.
어제 내가 마신 술은 추억(追憶),,,,,,,
그리고 한층 더 성숙되어진 젊음을 수혈(輸血)한 것이다.
海內存知己 (해내존지기)
天涯若比隣 (천애약비린)
이 세상 어딘가에 나를 알아 줄 그대만 있다면
당신은 나의 영원한 이웃이다.
(당나라.왕발(王勃)
작은 것들은 모두 모여라
느린 것들은 모두 모여라
약한 것들은 모두 모여라
서툰 것들은 모두 모여라
우리함께 가자
천천히 그러나 즐겁게
각자의 장단에 맞춰 노래를 부르며 길을 가자
길가의 작고 느린 것들이 보고 있다
우리를 반길 것이다.
(즐거운 동행.정용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