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연극을 보기 위해 대학로에 간다.
아주 작은 소극장에서 관객과 대화하며 하는
연극을 보면 깨알 같은 재미와 감동을 받곤한다.
소극장 환경이 그리 좋지는 않아 앉을 수 있는 의자나
공간이 좁아 불편하기도 하지만 그려러니 하며
다른 삶에 대한 간접경험과 희노애락을 느끼며 즐기고 있다.
얼마전 소월아트홀에서 마이맘이라는 뮤지컬연극을 보았었다.
남편없이 혼자 분식집을 하며 고등학생인 건우를 키우는
가난하게 살아가는 한 여자가 있었다.
가수가 꿈인 엄마와 의과대학을 다니는 대학생과 사귀게 되는대
그 학생이 대모를 하다가 잡혀 경찰의 폭력으로 사망하게 되고
그후 건우가 태어난다.
엄마는 건우의 찢어진 짝퉁운동화를 보고
없는돈에 큰맘먹고 진짜 메이커 운동화를 사러가다
불의의 교통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진다.
건우는 엄마의 병상을 지키지만
간절한 기도에도 불구하고 엄마는 숨을거둔다.
가난한 엄마에 대해, 아빠가 없는것에 대해 항상 불만이었던
건우는 춤으로 모든 열정을 푸는데,
공부하라는 엄마와 갈등이 심해 엄마에게 사랑한다, 고맙다는
말한마디 못한것이 후회되어 딱 1시간만 엄마를 만날 수 있게 해달라고
절규하다 잠이들고 30년전으로 돌아가 동갑내기 엄마를 만나게 된다.
건우는 1시간 동안 30년전의 상황을 돌려 아버지가 죽지 않게하고
그후 세월이 흘러 아버지는 강남에서 잘나가는 의사가 된다.
엄마는 꿈에 그리던 가수가 되는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뮤지컬연극 이었지만 엄마의 사랑과 죽음으로 가족사랑에 대해
더 깊은 애정이 생겼고,30년전으로 돌아가 부모를 이해하게 되는
소통의 장이 좋았다.
예전에 쓴 글을 다시 한번 음미해 본다.
날씨가 화창한 어느 봄날.
꼬마는 어머니의 손을 잡고 어디론가 가고있다.
파란색 대문위에 높은 장대를 세우고 맨끝에
하얀 천조각을 달아 놓은 일명 무당집에 들어서고 있다.
"보살님 어서오세요,
벌써 준비하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오늘 굿은 잘될 것 같습니다." 라며 "만신"이 반갑게 맞이한다.
(만신.滿身;무녀를 높여 이르는 말)
(무녀,巫女;귀신을 섬겨 길흉을 점치고 질병을 다스리며
재난을 방지하기 위하여 굿을 하는 여자)
곧이어 괭가리와 북을치며 굿판이 벌어진다.
동자신이 씌였는지 만신은 연신 아이흉내를 내며 조상님들과
대화하는 듯 하고 때론 울기도 하며 조상신을 불러낸다.
어머니와 꼬마에게 조상님께 예를 올리게 하고
종이옷을 태우게 하고서는 뒤풀이를 거나하게 동네가 떠나갈 정도로
괭가리와 북과 장구를 쳐대며 조상신님을 배웅하며 굿을 마무리한다.
꼬마가 보기에 어머니는 연신 중얼거리며 남편이 잘되기를,
일곱남매가 건강하고 무탈하게 잘성장해 달라고 손이 발이 되도록
빌었을 것으로 본다.
엄동설한인 겨울의 어느 하루.
꼬마는 어머니의 따뜻한 손을 잡고 십자가가 걸린 교회 안으로 들어간다.
곧이어 찬송가가 불리워지고, 기도를 하고, 목사님의 설교가 이루어진다.
헌금의 차례가 되면 꼬깃 꼬깃한 지폐를 헌금함에 넣으며
어머니는 연신 중얼거리며 절박한 심정으로 토목,건축일을 하는
남편의 무사고와 일거리가 계속이어지기를,
일곱남매가 무탈하게 잘성장하고 사회에 도움이 되는
성인으로 자랄 수 있게 해달라고 빌었을 것이다.
어머니의 종교관은 무당을 믿어서도 아니고,
부처님이 믿어서도 아니고,하나님이 믿어서도 물론 아니었으리라.
어느 종교에 집착했는데 그때 남편일이 잘되면
그것이 곧 어머니의 종교가 되어버린다.
그러다 일이 어려워 지면 또 다른 종교를 찾아 가족의 안녕을 갈구한다.
많이 힘들었던 칠남매는 어머님의 정성으로 잘성장하여 각자의 위치에서
충실하게 삶을 영위하고 있지만 어머니는 지금도 일곱남매와 손자,손녀
그리고 손자, 손녀의 아이들까지 안녕을 위해 두손 모아 빌고있다.
이것이 어머니의 본분인가...................
내 마음은
뭐라 형언 할 수 없는 애잔한 연민으로 눈시울이 붉어진다.
연극을 보고나면 뒷풀이를 하면서 연극에 대한 비평이나 감상,
또 살아가는 야기를 하며 이스리 한고뿌하는 낙(樂)은
까만밤과 함께 참 잘살은 날이라 생각한다.
연극이 끝나면 저녁 9시 15분에서 30분사이가 되는데
시간이 늦어 간단히 호프한잔 하는 경우가 많은데
단골치맥집에 가면 쥐포를 맛나게 구워 땅콩과 함께 써비스를 주는데
그 맘이 참 곱다.
가게앞에 테이블을 내놓고 거리에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거리의 표정을 보는 재미도 빼놓을 수 없는 구경거리다.
얼큰하게 취기가 올랐는데도 2차를 쏜다는 말에 공짜라면 거시기물도
마신다고 도착한 음식점 앞에 잼나는 팻말이 붙어 있다.
연극관람료 9.000원과 뒷풀이 비용 12.000원으로 그 하루는
소소하고 깨알같은 즐거움과 행복을 선물받았다.
이런것이 삶의 소박한 변두리에서 느끼는 잔잔한 행복이라 생각한다.
孝於親 子亦孝之 (효어친 자역효지)
身旣不孝 子何孝焉 (신기불효 자하효언)
어버이께 효도하면 자식또한 효도하나니
이 몸이 효도하지 않았다면 어찌 내자식이 효도하리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