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마형과자.................
얼마전부터 이 녀석에게 푹 빠지게 되었다.
퇴근후 집에와 배부르게 저녁을 먹는데 저녁 11시가 넘어가면
속이 빈것 같고 헛헛한 느낌과 "나 소화 다 되었어요" 라고 어김없이
뚱뚱해진 배에서 끊을 수 없는 유혹이 올라온다.
이럴때 유혹을 벗어나 성인군자가 되어야 하거늘..........
범부가 되어 달콤하고 아삭한 고구마과자를 먹는데,
이것만 먹으면 될텐데 목이 좀 퍽퍽하다 싶을때 꼭 콜라를 마신다.
살찌는 칼로리 덩어리와 음료를 마시니 배둘레햄은 더 커져만 간다.
고구마과자는 양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착한 1,000원이다.
다른 곳에 사는 몇몇 사람에게 물어보면 싼 가격이라 한다.
그러니 돈이 아깝지 않고 많이 먹게 되나 보다.
이렇게 유혹을 받았던 것이 예전에 여러번 있었는데,
첫번째는,
결혼후 이것 저것 밤 12시까지 먹고 더이상 배가 불러
못먹을 정도가 되어야 잠자리에 들었었다.
7남매로 가족이 많다 보니 엥겔지수가 높아 못하고 자라서 그런지
식탐이 많아 사회에 나와 스스로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 부터
먹는쪽에 신경을 많이 쓰게 되었다.
특히 좋아했던 먹거리는 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노릇 노릇
구워낸 인절미와 누룽지 그리고 꽃게찜과 치킨을 제일 좋아 했는데
그 결과 29인치 였던 허리가
34가 되어 힘든 노력 끝에 32인치로 만들어 유지를 하였었다.
두번째 유혹은,
에*스 라는 과자와 맛*산 이라는 과자의 유혹에 넘어 갔었다.
저녁을 먹고 난후,
부드러운 크레커의 달콤함에 에*스 한봉지 뚝딱,
땅콩부스러기가 붙어 있어 고소하고 유당이 발라져 있어
단맛과 고소함의 조합이 잘맞는 맛*산 한봉지 뚝딱,
이 녀석들이 나에게 먹는 행복감을 주는 대신 배둘레햄이 34인치가 되어
맹꽁이배를 한탄하며 욜심히 운동하여 32인치로 원상회복 시켰는데,
세번째 유혹이 찾아온건,
아이스크림과 땅콩이라는 녀석들이다.
달콤함과 시원함의 극치를 보여주었던 아이스크림은 반통이나
3분의 1만 먹어야지 하고 먹기 시작하면 어느새 바닥이 들어나게 되고,
여러종류의 아이스크림을 두루 섭렵하다 보면 그 양도 만만치 않았다.
고소함의 지존이었던 국산땅콩과 크기가 작아 껍질채 먹는
제주도 땅콩의 고소함은 최강의 명불허전이다.
지금도 땅콩만 생각하면 시원한 맥주한잔이 절로 생각난다.
특히 땅콩을 먹다보면 꼭 맥주가 생각나고 맥주는 치킨을 부르게 되는
참 명제가 되어 버려 살찌는데 일등공신을 하게된다.
이 모든 것이 저녁을 먹고난후 또 먹는다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이제 네번째로,
고구마과자와 콜라의 유혹이 찾아온 것이다.
그로인해 다시 맹꽁이 배로 돌아갈까봐 전전긍긍하지만 한번 입에 대면
빈봉지가 되어야 끝이나고 탄산가스의 톡 쏘는 맛과 시원한 트림이 나는
콜라는 악마의 유혹이다.
고구마과자,센베과자,소라과자,크림빵,카스테라,달고나,쫀득이,라면땅,
주사위뽑기게임,엿장수,번데기뽑기...........................................
나를 키워주었던 추억의 먹거리들이다...............
그 먹거리를 먹는 맛도 일품 이지만,
추억을 음미하는 맛이 있으며,
세월의 아름다운 기록이며 기억이다.......
나의 식탐은 축복인가 저주인가.............
고구마과자가 천원의 행복인가
천원의 유혹이며 저주인가?
그것이 알고싶다..............
겨울이면 생각나는것 중 하나가 센베과자다.
센베는 전병(煎餠)의 일본어로 흔히 구운과자를 말한다.
옛날에 센베과자를 리어카나 조그마한 동네 점방에서
팔았었는데 카바이트에 물을 넣어 불을 켜고 털모자와 귀마게를 하고
어둔밤을 밝히며 장사 하는 모습이 생각난다.
비닐봉지가 아닌 풀로 종이를 붙여 만든 종이봉지에
차곡 차곡 담아 가슴에 꼭 안고 집으로 들어오는 아버님이 생각나고,
종이에 풀칠을 해서 종이 봉지를 만들어 파는 옆집 할머니도 생각난다.
지금도 군고구마나 군밤,붕어빵은 꼭 종이봉지에 넣어 팔고 있고
그래야 제맛을 간직하고 느낄 수 있다.
땅콩센베,부체센베,상투과자,생강말이전병,땅콩강정,쫄깃한 캔디등
이것 저것 먹는 맛이 각각 특성이 다른데 대체적으로 단맛이
나는게 특징이어서 아이들이나 나이드신 분들이 군것질하기에 좋았었다.
특히 어머님이 센베과자를 좋아했던것은 특별히
먹을것 없는 집안살림에 월급이나 수당을 받으면 가슴에 안고
사오는 아버님의 센베과자는 힘든 집안일로 지친 몸에 사랑이었고
달달한 맛은 피곤함을 풀어주는 최고의 먹거리 였으리라.
어른들의 군것질거리가 무나 고구마를
깍아 먹는 것 외에는 특별한 것이 없었으니까.
센베과자의 달달한 맛에 입을 대기 시작하면 봉지가 빌때까지
먹고 봉지를 거꾸로 들어올려 부스러기까지 먹게되는 끌림의 맛이 있다.
지금도 전철역이나 노상에서 센베과자를 파는 것을 보면
물끄러미 쳐다보며 잠시 머문뒤에 걸음을 떼곤한다.
차가운 바람이 부는 밤,
흔들리는 나뭇가지
눈이 그리운 겨울 저녁,
센베과자 한 봉지 가슴에 안고
지나간 아름다운 추억과 함께 어깨동무하며
이쁜 집으로 들어간다.
이 좋은 겨울에...............
내가 먹은 고구마과자는 아름다운 추억,
그리고 한층 더 성숙 되어진 젊음을 수혈한 것이다.
언젠간 가겠지 푸르른 이 청춘 지고 또 피는 꽃잎처럼
달 밝은 밤이면 창가에 흐르는 내 젊은 영가가 구슬퍼
가고 없는 날들을 잡으려 잡으려 빈 손짓에 슬퍼지면
차라리 보내야지 돌아서야지 그렇게 세월은 가는 거야. (청춘.산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