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녁 빗소리가 들리니
가을비가 내리는 구나 느끼고 다시 깊은잠에 빠져든다.
오늘은 휴일이기에 더더욱 편한맘으로 늦잠과
게으름을 부릴 수 있는 여유가 행복을 불러 온다.
그런데.......
언제나 그렇듯 휴일은 평일보다 더 일찍 눈이 떠지는건 왜일까.......
뭔가 손해본 느낌으로 할수 없이 일어난다.
이쁜 강쥐녀석들 별(엄마).체리(첫째딸).
딸기(두째딸)의 과격한 사랑표현을 온 몸으로 받으며
세마리 모두를 안아줘야 집안이 조용해진다.
별(엄마)
체리(첫째딸)
딸기(둘째딸)
휴일아침은 녀석들과 한강에 나가 운동을 한다.
운동후 세마리를 목욕시키면 2시간 전후가 걸린다.
운동과 목욕을 하고나면 기분이 좋아 낮잠을 자는데
보기만 해도 이쁘고 사랑스럽다.
녀석들을 목욕시키지 않을때는
강쥐 2층 유모차에 태워 다니면 신나하는 녀석들.
강쥐 유모차가 처음인 사람들이 대부분이라 아파트를 나설때부터
호기심과 귀여움으로 주변사람들의 이쁨을 받으며 한강을 걸으면
사진을 찍어가는 사람들이 많다.
이러다 녀석들 사진이나 동영상이 유명해져서
유튜브에 올라가는건 아닐까 야무진 꿈을 꾸어본다.
밖에 나가 있든 집에 있든 녀석들 때문에 24시간 행복하다.
나이 들수록 애완동물을 키우면 또 다른 위안과 행복을
느낄 수 있어 사람들에게 강추하고 싶다.
휴일날 녀석들을 케어하는 큰일이 끝났으니
막걸리한병 짊어지고 오래전부터 가야만 할 것 같은,
꼭 가봐야 하는 곳을 찾아갔다.
나라를 위해 순국하신 선열들이 잠들어 있는 국립서울현충원을 정성스레
두팔로 감싸고 있는 형상의 서달산(179m.달마공원)과
동작충효길을 동작역에서 부터 걷기 시작했다.
동작동은 흑석동에서 국립서울현충원으로 넘어오는 강변일대에
검붉은 구리빛(銅) 색깔을 띤 돌들이 많아 마을이름이 유래되었다.
동재기.또는 동재기나루터(銅雀津.동작진) 라고도 불렀다.
당시 이곳에서 과천.수원.평택을 거쳐 호남으로 내려가든가
서울로 들어오던 사람들이 배를 타고 건너던 교통의 요지였다 한다.
현충일을 6월 6일로 택한 배경은 24절기중 손이 없는 날을
택해 1956년 제정당시 망종일인 6월 6일로 정했다.
손 없는 날 ; "악귀가 없는날" 악귀는 날 수에 따라
사방위(동.서.남.북)으로 다니며 사람의 활동을 방해하고
해코지를 하는데 손이 없는 날은 무슨일을 해도
해가 없다는 날로 이사.혼인들을 하는 "길한 날","길일"임
청명일에는
조상의 묘를 찾아 무덤과 주변을
벌초하고 훼손된 것을 손질하고,
한식일에는
묘소를 찾아가 성묘를 하고
망종(亡種)에는
제사를 지냈음.
망종 ; 24절기의 하나.소만과 하지 사이에 들며.
음력4,5월 얄력 6월5.6.7일 께가 된다
벼,보리 등 수염이 있는 까끄라기 곡식의
종자를 뿌려야 할 적당한 시기라는 뜻이다.
이 시기가 모내기와 보리 베기에 알맞은 때이다.
미국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매년 5월 마지막 월요일에
"메모리얼 데이(Memorial Day)"라는 날이 있다.
미국 남북전쟁 당시 사망한 군인 들을 기리기 위해 제정되었으나
제 1차 세계 대전 이후로 전쟁등의 군사작전에서 사망한
모든 사람들을 기리는 것으로 바꾸었다.
현충원 담장을 따라 가다보면 메모리얼 게이트가 곳곳에 있고,
전화수화기 모양을 형상화한 의자가 있는 효도 전화의자가 있어
이참에 부모님께 안부전화를 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준다.
얼마전 어머님이 돌아가셔 안부전화드릴 부모님이 없다는 생각에
눈물이 핑돌며 그리움에 하늘만 올려볼 뿐이다.
또 부모님 업어주기 조형물도 있는데 ,
부모님의 은혜는너무나 깊고 소중합니다.
효는 모든 행동과 가르침의 근본으로의 정신을
되세길 수 있도록 형상화한 조형물이라 표시되어 있다.
충효의 길에서 경건한 마음으로
순국선열님들의 명복을 빌고 부모님의 극락왕생을 발원한다.
새벽녁에 내린 가을비로 인해 촉촉한 대지와
상큼한 바람이 도종환의 "가을비"를 떠올리게 한다.
어제 우리가 함께 사랑하던 자리에
오늘 가을비가 내립니다.
우리가 서로 사랑하는 동안
함께 서서 바라보던 숲에
잎들이 지고 있습니다.
어제 우리 사랑하고
오늘 낙엽지는 자리에 남아 그리워하다
내일 이 자리를 뜨고 나면 바람만이 불겠지요
바람이 부는 동안 또 많은 사람들이
서로 사랑하고 헤어져 그리워 하며
한 세상 살다가 가겠지요.
바위와 담쟁이넝굴이 천연적인 수체화를 만들어 낸다.
바위는 밑바탕이 되고 넝굴은 그림이 된다.
그 어떤 불평도 없이 바위근처에 자라면 바위를 벗삼아 오르고,
나무나 담장근처에 자라면 나무나 담장을 벗삼아 타고 오르며
처해진 상황에 적응하며 잘살아간다.
(나무를 감고 비단금침을 수 놓기 때문에 비단,
땅을 덮는 비단, 지금(地錦) 이라고도 함.)
시간이 흘러 때가 되면 담쟁이넝굴도
버릴때를 알아 서서히 적응하며 스스로를 내려놓는다.
앞으로 가을비 몇번,천둥 번개 몇번이 지나가면
박제된 넝굴에 흰눈이 쌓이겠지......................
혼빛의 넝굴이 참 아름답게 보인다..................
가장 좋은 것들은 조금씩 찾아온다.
작은 구멍에서도 햇빛을 볼 수 있다.
사람들은 산에 걸려 넘어지지 않는다.
그들은 조약돌에 걸려 넘어진다.
작은 것들이 곧 중요한 것이다.(코난도얼)
시간의 흐름과 계절의 교차로에서 담쟁이넝굴에게 또 다른 깨달음을 느낀다.
황혼빛 넝굴에 한참을 머물다 길을 나선다.
길옆 안내판에 구석구석 동작이야기ㅡ사당동 이야기가 있다.
사당동은 조선시대 용산에서 수원으로 통하는 도진의 하나였던
사당이 있었다는 데서 유래된 이름으로 1914년 당시 능마을,
동산마을.양짓말을 병합하여 사당리라 부르다가 1963년 경기도에서
서울특별시로 편입되면서 사당동이라 부르게 되었다.
터벅 터벅 걷다보면
서달산(179m.달마공원) 이 나오고 정상에 동작대가 있다.
동작대에 올라 가을비가 후두득 지나간 하늘과 한강을 보니
푸르름이 가득차 있음에 희열이 스멀 스멀 온몸에 퍼진다.
개나리봇짐에 싸가져간 막걸리 한고뿌를 마시고
사방팔방을 돌아보니 저절로 시 한수가 지어진다.
나 여기에 왜 서 있는지.............
구릿빛 바위는 말이 없고
영웅호걸도
신들도 떠난 이 자리에서 무었을 찾을까
나 여기에 왜 서 있는지..............
영웅호걸도,신도 없지만 지금 숨쉬는 나는 더 위대하리라
나 여기에 오른 이유는.....................
내 첫사랑에서 끝사랑인 그리운 부모님의 발자취를
느껴보기 위함일까.
가을비 내리는 세상의 어느 하루.............
빨간장미와 함께
눈물나게
참 좋다.
나는 언제나 호접지몽을 꿈꾼다..............
胡蝶之夢(호접지몽;나바가 된 꿈)
장자(莊子)가 나비가 되어 날아다닌 꿈이라는 뜻으로,
물아일체(物我一體)의 경지
또는 인생의 무상함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
노들역쪽이 아닌 달마사쪽으로 발길을 돌린다.
달마사는고려대장경연구소가 오랜동안 전산화한
524종의 경전 16만 2.516매의 고려대장경(팔만대장경)
전산화본의 출판본을 봉안 하였다.
국내유일의 고려대장경 출판본을
보유함으로써 장경도량으로 유명해졌다 한다.
거북바위나 절에서 바라보는 한강의 경치가아름답고
고즈녁한 절의 풍경에 매료되어 가부좌를 틀고 앉아
면벽수행이 아닌 한강을 보는 수행을 생각해 본다.
절에 가면 항상 염원하는것이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세상사 모든 일은 마음먹기에 달려있다)와
조금이라도 마음을 내려 놓을 수 있기를 빌어 본다.
마음과 몸을 내려 놓고 사는 이야기에 맞을지 모르겠지만,
기원전 336년 알렉산더는 20살에 왕이되어 무소불위의 권력을
얻게되자 명망높은 정치가,에술가,철학자들이 그를 알현하기 위해
찿아오지만 그가 보고싶어 하던 디오게네스가 찾아오지 않자,
대왕의 명령으로 디오게네스를 데려오라 하지만 오지 않자
직접 찾아가 너의 소원을 들어줄테니 가지고 싶은 것이 뭐냐고 묻자
대왕께서 햇빛을 가리고 있으니 옆으로 비켜달라 하자
화가 났지만 가만히 생각하며 큰 깨달음을 얻어 돌아갔다.
그후 기원전 232년 바빌론에서 32세에 사망할때까지 12년간
그리스,이집트,인도북서부등전 세계의 4분의 1정도를 차지하는
큰제국을 만들게 된다.
그랬던 그도 젊은 나이에 죽게 되는데 마지막 유언이
"나를 묻을 때에 내 손을 무덤 밖으로 빼놓고 묻어주게.
천하를 손에 쥔 나도 죽을 땐 빈손이란 걸
세상사람들에게 말해 주고 싶다네"
알렉산더대왕에게 큰 깨달음을 준 디오게네스는 아무런 부족도 없고,
아무것도 필요 없는 것이 신(神)의 특징으로 생각하여,
필요한것이 적고 가진것이 없을 수록 신에게 가까워 진다 생각하고
펼생동안 단 한벌의 옷과 지팡이 하나, 그리고 집대신
통속에서 생활하며 89세에 사망하게 된다.
모든것 비우고 사리사욕없이
마음편히 살아서 장수하지 않았는가 생각해 본다.
世界一花 (세계일화 ; 이세상은 한 송이 꽃이며)
萬生一家 (만생일가 ; 모든 생명은 나의 가족입니다)
爲他爲己 (위타위기 ; 남을 위한 일이 나를 위한 일이니)
自他不二 (자타불이 ; 나와 남은 둘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만공]
세상을 호령하던 대왕도 떠나고,
신도 떠난 이 자리에 술한잔 하며 과거를 아쉬워 안하니 자유롭고,
미래를 두려워 안하니 새롭고 즐겁다.
이제 남은건 우화이등선(羽化而登仙) 하는일 밖에 없을 것이다.
* 껍질을 벗고 날개를 달아 하늘로 올라간다는 뜻으로,
사람이 도를 깨쳐 신선이 됨.
즉 세상의 혼란에서 벗어 남다는 말.
혹은 술이 거나하게 취하여 기분 좋은 상태를 이르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