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어느 하루,
하늘은 옅은 잿빛이다.
제주도의 아주 작은 조각집에서 아침을 맞는다.
단호박이 들어간 갈치국과 고등어 조림과 조밥으로 아침을 일으킨다.
쉬엄 쉬엄 걷기 위해 올레길 9코스의 일부분인 황계천에서
8코스쪽으로 거꾸로 길을 잡아 얕으막한 산을 오른다.
산길 좌,우로 찔레꽃과 인동초가 어여쁜 얼굴로 인사하고
산딸기가 새콤한 맛을 보여 주고있다.
봉수대를 지나 산위에서 만난 보리는 거의 추수가 끝났고
나락 몇알 주어 먹어보니 찰진맛이 육지 보리보다 맛이 나은것 같다.
하얀 감자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고,
절벽에서 바라본 바다의 쪽빛은 환상과 절경으로 다가와
아찔한 아름다운 현기증을 일으킨다.
올레길 주위에 피어있는 들풀과 나무는 식물도감을
옮겨 놓은듯 듣도 보도못한 종류가 엄청많다.
이제 8코스에 접어드니 해안가로 길이 나아있다.
이제는 바다와 친구가 되어 너울 너울 걷고 있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무조건 해안선만 따라 가면 된다.
걷다보면 해녀들이 물질하는 예래돈에 도착하니
시간은 어느덧 1시가 넘어 서고 있다.
해녀들이 잡는것의 대부분이 성개이지만 덤으로
잡은 문어,전복, 그리고 성개를 구입한다
바다의 절경에 취해 걷고 또 걷는중에
달맞이꽃밭을 지나게된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꽃봉우리를 닫고 있다가
달이 뜨면 그때 꽃봉우리를 피운다는 달맞이꽃.................
얼마나 기다리다 꽃이 됐나
달밝은 밤이 오면 홀로되어
쓸쓸히 쓸쓸히 미소를 띠는
그 이름 달맞이꽃 아~ 아~ 아~
서산에 달님도 기울어
새파란 달빛아래 고개숙인
네모습 애처롭구나........
예전에 들었던 기억을 다독이며 흥얼 흥얼 거리며 걷다보니
주상절리에 도착하여 아름다움을 만끽하고
점심대용으로 마음 좋은 어부 아저씨가 주신 커다란 밀감은
신맛과 쓴맛이 조화를 이루며 시원하게 입을 적셔주고
문어다리와 성게를 까먹는데 그 맛이 꿀맛이라 입에서 살살녹는다.
고소하고 알싸한 바다향이 입안가득 고여있고
고개들어 바라본 주상절리 절벽은 다시 한번 "와~우"라는 감탄사를 나오게 한다.
해변을 걸으며 잿빛 하늘도 올려보고 포말처럼 부서지는 파도도 보고
시리도록 푸르른 바다를 보고 또 본다.
어느덧 중문의 하얏트호텔까지 걷는것으로 오늘의
일정을 마무리 하고 잡어회를 먹으러
렛츠~가자, ~~~~~.
광어,우럭,멍게,홍해삼,고등어회,자리물회,전복 기타 여러가지를
먹으며 쏘주한잔 하는 맛이 곳 신선이더라.
더 부러울것이 없어라........
이튼날 다시 오른 올레길 9코스 화순해수욕장에서 10코스쪽 송악산까지
갔다가 다시 화순해수욕장까지 되돌아 오기로 했다.
오늘도 바닷가만을 걷는 길이기에 하루 온종일 바다와 대화하며 보내리라.
바닷가로 밀려오는 파도를 보며 크게 심호흡하고 바다의
싱그러운 내음을 폐속 깊이 전이시킨다.
산방산앞 용머리로 오르려면 모래언덕을 넘어야한다.
오르다 미끄러지는 행위가 반복되다가 드디어 오른 용머리에서의
바다풍경 역시 한폭의 수체화 같다.
모래능선을 걸으며 본 선인장 꽃은 옅은 노란색으로 피어 있고
선인장 열매인 백년초 열매는 진한 자주빛으로 자태를 뽐내고 있다.
어제 해보고 싶었던 일이 한가지 있었는데 오늘 그 일을 실행 할려 한다.
그것은 다름아닌 제주도 막걸리에 제주도 쑥찐빵을 먹으며
파도소리와 푸르른 하늘과 상큼한 바람과 함께 먹고 마시며
같이간 분들과 도란 도란 이야기 꽃을 피우는 일이다.
용머리와 송악산 중간지점 바닷가에 자리를 하고 막걸리에
쑥찐빵을 먹으며 바닷가에서 자란 미역과 레이스같이 생긴
미역뿌리를 건져와 즉석에서 생으로 뜯어먹으니
입안에 바다의 향기가 가득하다.
짭쪼름한 맛과 바다향이 술안주에는 최고란걸 느낄 수 있었다.
언제든 기회가 된다면 똑같이 할것이다.
막걸리와 미역향에 도취되어 허허실실 걷는 발걸음은
이내 하늘로 날아가는것 같다.
1시간 이상 걸어 오늘의 목적지인 송악산 바닷가 동굴앞에
자리잡은 우리의 손에는 또 다시 막걸리가 들려 있고
레이스처럼 생긴 미역뿌리를 구워먹고 있었다.
미역뿌리를 구우면 색갈이 파랗게 변하고 맛도 다른맛이 난다.
하하 호호 웃으며 무릉도원인 바닷가에서 그렇게
시간을 놓아 버리고 무한의 시간에서 멋있는 행복,
맛있는 행복이 주황색으로 무르익고 있었다.
브레이크 없는 시간의 전차는 오후의 시간을 힘차게 달리고 있었고
세상의 어느 하루 던져 버린 시간은
저 멀리서 우리가 부러운듯 바위에 앉아 미소 짓고 있다.
나름대로 극소수 만큼만 이라도 비우고 싶었던
비움의 마음을 제주도 바닷가에 0.000000000001%를 비우고 돌아왔다.
멋있는 행복과 맛있는 행복을 꿈꾸며 시간을 던져 버리고 찾아온
제주도 올레길에서 삶의 힘든 상채기 한 부분을 그렇게 바닷가에 묻어 놓았다.
이제는 좀 덜 아파하고,
좀 덜 속상해 하고,
좀 덜 욕심내고,
좀 더 베풀고,
좀 더 행복해 질 것이다.
* 던져 버린 시간 속에서 찾은 행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