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압구정의 가을............................................

천량성 2017. 11. 9. 14:37

위대하시고 인민의 태양이신 마눌님이,

11월 7일 가까운 지인과 봉하마을을 간단다.

나의 허락을 받을 속샘은 아니고 통보를 한다.

집에서 새벽 4시 20분쯤 나가야 하는데 택시가 있을지 걱정이라며 나의 반응을 살핀다.

서울역에서 ktx를 타고 봉하마을을 가야한단다.

그냥 꼭 한번은 가야할 것 같다는 것이다.

 

몇초동안 머릿속에 지진이 일어났지만,

그 시간에 택시가 천지삐까리로 있다고 걱정말고 가라고 하면 남편은

남편이 아닌 철천지 웬수가 될것이며 몇달간 차가운 냉대를 받을 것이다.

 

눈치가 100단인 내가 말한다.

"걱정하지마 내가 새벽에 일어나 서울역에 바래다 줄께.

 그리고 당신 후배가 출발하는 효자동에도 들려서 한꺼번에 다 바래다 줄께"  

 그러면 후배들이 생각할때 당신의 위신도 서고 고마워 할거 아니야

 역시 언니가 짱이라고 할거니까 걱정말아,내가 다 해줄께"

 

마눌의 흡족한 눈길은 당연히 그래야 하는 거야 남편님 하는거 같다.

여기서 명언 한 마디를 해 볼까 한다.

"바람을 만난 새는 날개짓을 하지 않는다." 

해석은 알아서 하기를 바란다.  

 

우리의 결혼기념일이 8일이다.

이날은 축하하는 의미로 마눌에게 금일봉을 주어야 한다

나의 잔머리가 빠르게 회전한다.

바람을 만난 새는 날개짓을 하지 않는 것처럼..........

 

내일 새벽 마눌을 서울역에 바래다 줄때,

결혼기념일이 내일인데 필요한거 사라고 봉투를 주면 여행경비와 결혼기념일을

한번에 절약해서 해결하는 절호의 기회가 되는 것이다.

 

바람을 만난 새는 날개짓을 하지 않는 것처럼..........

만족한 잔머리로 편안한 굿잠을 잔다.

 

드디어 새벽...........

거사를 치룬다.

" 당신 여행가는데 내일이 우리 결혼기념일 이잖아,얼마 되지 않지만 잘쓰기 바래."

당근 고마워 라는 말을 들으며 현관문을 나서는줄 알았는데

청천벽력같은 말이 멍청한 나의 우뇌(腦)  꽂힌다.

 

"무슨 소리야 결혼기념일이 8일은 맞지만 12월 8일이지,

 11월 8일이 아니잖아.당신 어느년하고 11월 8일 결혼을 했어?"

 하며 야유를 퍼부으며.

 이 돈 잘쓸께, 12월 8일 결혼기념일에도 봉투 줄거지?

 고마워"

 

아~~~

바람을 맞은 새는 멀리 안드로메다로 날아가 버리고, 멍청한 나의

발상은 또 이렇게 참패를 맞는다.

몇년전에는 결혼기념일을 12월 10일인줄 알고 10일날 선물을 줄력고

룰루랄라 하고 있는데 8일부터 서슬퍼런 도끼눈을 뜨고 흘기는데 그때도

한 동안 머퉁이를 들으며 우둔한 나의 뇌(腦)를 한탄했었는데

오늘 또 혼자서 소설을 썼던것이다.

 

졸지에 횡재를 한 마눌은 아주 편안한 자세로 차창밖 풍경을 즐기고

나는 애써 태연한척 실없는 소리만 지껄이고 있다.

 

잠을 못자 피곤한 상태로 출근을 한다.

점심때가 되자 옆에 분이 광고 전단지를 보여주며 점심먹으러 가잔다.

대충 보니 "70년대 짬뽕의 맛을 재현"해 보겠다는 당찬 의지로

청담동에 중국집을 개업했으니 한번 오시라는 내용이다.

맛난 짬뽕을 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기분이 업되어 진다.

 

짬뽕은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초마면(炒碼麵)으로 순화라고 되어있다.

초마면이란 음식은 원래 요리를 만들고 남은 부스러기 재료를

한데 모아 볶고 물을 부어 국물을 낸 다음,

 

거기에 국수를 말아 먹는 것으로 중국식 표기로 챠오마몐이다.

이 차오마옌에 고춧가루를 풀어 얼큰하게 한 것이 한국식 짬뽕이다.

 

짬뽕이란 이름은 일본 나가사키의 푸젠 성 출신 화교들의

"밥을먹다"라는 뜻의 "차폰"이 일본어 "잔폰"으로 바뀌었고

한국으로 건너와서 짬뽕이 되었다는 것이다.

 

나가사키 짬뽕은 돼지고기 육수를 쓰며,

한국의 짬뽕은 주로 마른새우 국물을 육수로 쓴다.

 

옛날에 중국집에가면 항상 고민이었던게  짬뽕을 먹느냐

짜장면을 먹느냐가 항상 갈등이었지만 몇년전부터 한그릇이

둘로나뉘어 짜장면과 짬뽕이 한그릇에 나오는 짬짜면이라는

메뉴가 나와 평생고민을 간단하게 해결하게 되었다.

 

예전에 가끔 갔었던 옛날맛나는 짬뽕집이 삼각지에 있었는데

안가본지 오래되어 지금도 있는지 모르겠다.

 

만추(晩秋)의 가을과 입동(立冬)인 11월 7일 오늘 하루는 피곤하고 너무 길다.

얼큰한 짬뽕을 먹고 조금은 여유롭게 압구정을 거닐어 본다.

 

가는 가을(秋) .............

오는 겨울(冬) .............

 

가는 해(年) ................정유년(丁酉年) 붉은닭띠 ...............

오는 해(年) ................무술년(戊戌年) 황금개띠 ...............

 

압구정의 가을을 느끼려고 이곳 저곳을 기웃거려 본다.

한명회가 은퇴를 결심하고 서울 중심부에 압구정(狎鷗亭)이라는 정자를 만들었다.

한가로이 갈매기와 벗하며 지낸다,물새들이 희롱하는 정자 라는 압구정터는

현재 구현대아파트 72동앞 큰 바위에 압구정지(狎鷗亭址)라는 터가 있다.

더 역사적인 것은 생각치 말자.

그냥 보고 느끼자.

 

 

 

 

 

 

 

철모르는 장미는 사람들의 눈길을 끌고,

봉우리를 맺은 동백은 내일을 행복하게 하고,

노란 단풍은 하나 둘 옷을 벗어 차가운 대지를 덮고 있다.

 

 

 

 

 

 

 

 

 

 

 

 

이 곳에서 몸담은지 어언 20여년이 넘어간다.

많은 날들의 가을을 맞이 하고 또 보내는 시점에 있다.

버릴줄 아는 순간 나뭇잎은 떨어져 낙옆이 되어 다음을 위해

기꺼이 거름이 되어주는 자연의 순환섭리....................

나도 그렇게 마음을 내려 놓을 수 있을까.......

 

압구정의 가을은 언제나 위대하고 숭고 했다.

다만 내가 느끼는 크기에 따라 변하기는 하였지만

이제는 좀 더 느끼는 날들이기를 바래본다.

 

오늘은 더 하늘이 푸르다.

나의 마음 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