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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이. 언제세요 ?

천량성 2019. 9. 12. 21:57

생일이 언제세요?


오늘은 9월 12일.

음력으로 8월 14일 추석 전날이다.


우리가족은 8남매,

4남 4녀,

그중에 나는 6째.

가족이 많다보니 둘째형님 생일은 설 전날,

나는 추석 전날이다.


추석전날이니 딱히 생일상을 차릴 필요가 없어 항상

생일상이라고 별도로 받아본적이 거의 없었다

평일이 생일인 사람들은 특별히 음식준비며 만나서 축하를 많이 받는데

내 생일은 명절밑이라 만나서 생일파티를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 였다.


큰형님 댁에서 차례를 지내 음식준비는 집에서 안하니

마눌이 생일상을 차려준다.



오늘 나를 위해 마련한 특별한 음식은.......


홍메기전,

명란알을 바른 김,

해녀들이 자기가 끓여 먹으려고 조금만 채취한다는 미역으로 끓인 미역국,

동네 마트에서 특별주문한,

동태를 바닷물에 해동해 꾸들 꾸들 말린 동태코다리 양념구이,

알배추로 만든 알배추김치와 알배추 동치미.

  (15일전 알배추 한단에 1,280원에 샀다는데

   추석전날 알배추 한단이 무려 6,400원,이건 살인적인 물가다)


시원한 알배추 동치미,


진한 미역국,

명란알맛을 느끼는 짭쪼름하고 고소한 김,

기름맛이 가미된 고소한 홍메기,

매콤하고 꼬들 꼬들한 동태코다리......................

마눌의 정성을 감사히 맛있게 먹으며 신선한 아침을 연다.


텀블러에 위즐커피와 얼음을 넣고 이쁜 강쥐들과 동네 한바퀴 마실을 나간다.


(위즐커피.weasel coffeesms는 베트남 특산품으로 위즐은 족제비라는 뜻이다.

 루왁커피(사향고양이),블랙 아이보리커피(코끼리),처럼 동물 배설물 커피이다.


이슬비가 내린다.

살갖에 닿는 감촉이 시원하고 참 좋다.

휴일의 여유로움이 참 좋다.


강쥐들과 동네 구석 구석 다니며 명절날 거리 풍경을 즐긴다.

적당히 마실을 다녔으니 점심을 먹으러 집에 들어간다.


점심메뉴는 내가 좋아하는 토스트다.

버터를 바르고 구운...

그리고 가운데 계란 후라이가 들어간 옛날식 토스트를 좋아한다.

옛날 맛을 느끼고 싶는거다.


치즈가 들어간 셀러드도 신선함과 개운함을 거든다.

커피는 그냥 편한고 색다른 켄커피..................................

그래서 좋다,

내가 하고 싶고 먹고 싶은 데로 하니까

 


휴일이면 언제나 트레킹을 한다.

한강공원을 나가니 바람도 시원하고 나도 시원해 입가에 웃음이 열닷냥이다.

길가에 피어 있는 들꽃들이 참 좋다.

이름을 알지 못해 그냥 "들꽃"이라 부르니 그것도 좋다.


유익종이 부르는 들꽃이라는 노래를 흥얼거린다.


나 그대만을 위해서 피어난 저 바위틈에 한송이 들꽃이여

돌틈사이 이름도 없는 들꽃처럼 핀다해도 내 진정 그대를 위해서 살아가리라.(중략)


나의 18번은 아니지만 23번쯤 되는,

노래방 가면 얼큰한 취기에 스스로 뻑가서 부르는 노래다.



이 노래의 가사를 음미해 보면 내 부무님 생각이 난다.

자식을 위하는 마음.순수한 자식사랑...................

아침에 맛있는 생일상을 먹을때도,

점심에 내가 좋아하는 토스트를 먹을 때도 마음속에 어머님이 계셨다.

살아 계셨으면 고생하셨다고,

사랑과 은혜로 자식낳아 가르키고 키우시느라 고생하셨다고

맛난음식 대접해 드리며 안아드렸을 텐데................


터벅 터벅 한강길을 걸으며 옛 일들과 살아왔던 인생이

주마등 처럼 머릿속에 지구를 수십바퀴를 돈다.

그러나 결론은 이 순간 까지 수고했고 잘 살아왔다, 스스로를 위로하며 토닥인다.

그래 인생 뭐 별거 있어,

걍 느낌가는데로 욜심히 잘살고 느끼고 즐기면 되는 거지.

오늘도 아주 조금은 마음을 내려 놓은것 같다.


이제 욜심히 트레킹도 하고 머릿속도 조금은 정리도 하니

마음은 한결 젊어져 발걸음이 가볍다.

남은 일은 사우나에서 땀빼며 개운함을 느낄 차례다.

흠뻑 땀을 빼고 집에가는 발걸음이 가볍고 기대치는 높다.


왜냐하면,

채끝과 연어스테이크와 오늘의 하이라이트인 와인이 기다리고 있으니  룰루랄라다.


와인의 달콤한 유혹에 빠져들 생각을 하니

은근 거만스럽게 변하는 나의 태도.

어짜피 내가 마셔야할 거니까.............


와인이나 포도주 이야기는 "술의 신"인  그리스신화 12신중 다오니소스

여기저기 떠돌며 배워 만들었다고 한다

 (라틴어식 이름 바쿠스(bacchus)를 우리말로 발음하여 박카스라 쓰기도 한다)


와인한잔에 세상을 다 얻은 만족감으로 오늘을 편안하게 떠나보낸다.

술은 주량에 맞게 마시며 정도를 지켜야 함을

고산(孤山) 윤선도는 이렇게 이야기 했다.


술을 먹으려니와 덕(德) 없으면 난(難) 하나니

춤도 추려니와 예(禮) 없으면 잡(雜) 되나니

아마도 덕예(德禮)를 익히면 만수무강 하리라 


지금처럼 어지러운 난세(難世)에 누군가 나에게 높

은 벼슬을 할거냐 묻는다면 허망하고 정의롭지 못한 벼슬보다

술 한잔 하고 싶을때 언제나 한잔할 수 있는 범부(凡夫)로 살리라.

 

가사몽득 삼공위 (假使夢得 三公位)

불여오후 일배주 (不如寤後 一杯酒)


* 삼공위 ; 영의정.우의정.좌의정.


오늘도 비와 함께 불어 오는 바람이 시원하고 정겹다.

내 인생에 건배...............................